‘세계의 지붕’이 무너졌다

2015.04.26 22:03 입력 2015.04.26 23:45 수정

네팔 카트만두 인근 7.8 강진… 에베레스트 눈사태·불교유산 파손

사망 2400명·부상 4만5000명… 정부 “한인 3명 부상, 피해 확인 중”

일주일 전 지질학자 50여명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모였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인구가 밀집된 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피해를 줄일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나눈 경고들이 며칠 새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25일 정오(현지시간) 카트만두 인근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26일까지 2400명 이상 목숨을 잃고 4만50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진은 강도에서나 사망자 수에서나 1934년 카트만두 동부를 강타해 1만여명이 사망한 강진(규모 8.0) 이후 81년 만에 최악의 참사다. 미렌드라 리잘 네팔 정보장관은 “사망자만 45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부서진 불상과 건물 잔해가 26일 카트만두 시내 남쪽 파탄 거리에 흩어져 있다. 불교 문화유산이 많아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파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파탄 | 신화연합뉴스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부서진 불상과 건물 잔해가 26일 카트만두 시내 남쪽 파탄 거리에 흩어져 있다. 불교 문화유산이 많아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파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파탄 | 신화연합뉴스

지진은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1㎞, 마나슬루 국립공원 남쪽 람중에서 발생했다. 대표적 휴양·관광도시 포카라에서 동쪽으로 68㎞ 떨어진 곳이다. 진원의 깊이가 지표면 아래 약 11㎞로 얕아 충격이 더 컸다. 첫 지진 후 8시간 동안 65차례 여진이 이어졌고 26일에도 규모 6.7의 강진을 비롯해 여진이 계속됐다. 네팔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체 희생자의 절반 정도는 카트만두 계곡에서 발생했다. 내진 설계가 안된 집들이 무너지면서 사상자가 크게 늘어나 인재(人災)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카트만두의 ‘랜드마크’인 9층짜리 다라하라 탑 등 문화유산들이 대거 파괴됐다. 에베레스트에서도 눈사태가 일어나 17명이 사망했다.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네팔과 국경을 접한 다른 나라에서도 최소 70명이 사망했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피해는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 직원 1명, 낙석에 다친 50대 부부 등 3명”이라며 “교민 650명 외 여행객들도 다수 있어 피해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들은 긴급 구호에 나섰다. 국경없는의사회, 적십자, 옥스팜 등 국제구호단체들도 네팔로 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대체 불가능한 문화유적의 손상이 있었다”고 말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보를 보내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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