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강진

세계유산 4곳 ‘와르르’… 이틀째 6.7 여진에 맨손 구조 사투

2015.04.26 22:30 입력 2015.04.26 23:26 수정

네팔 국가비상사태 선포… 공항 폐쇄로 구호물자 막혀

시골 사상자는 파악도 못해… 생계 달린 관광산업 치명타

조용한 토요일 정오 무렵.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인근 지역은 악몽 같은 대지진을 경험했다. 규모 7.8의 강진은 소중한 가족과 집, 마을,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문화유산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남은 것이라고는 무너진 건물 잔해와 사라진 마을을 뒤덮은 먼지, 정전으로 인한 칠흑 같은 어둠, 고통스러운 절규, 절망에 빠져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뿐이다. 여진이 끊이지 않자 슬픔은 공포로 변했다.

대지진이 강타한 카트만두에 사는 라비타 랄은 26일 카트만두포스트에 “그동안 조부모, 부모를 통해 1934년 지진 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그와 똑같은 게 이번에 재현됐다”고 말했다. 요게시 시타울라는 “두 사람이 무너지는 건물 벽에 맞아 죽는 장면을 직접 봤다”며 “모든 게 파괴됐고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렸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칸티푸르에 따르면 노르빅국제병원에서는 병상이 모자라 부상자들이 주차장에 담요를 깔고 링거를 맞거나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며 치료를 기다렸다.

<b>구사일생</b> 네팔 사람들이 지난 25일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부상자를 구출하고 있다.  카트만두 | EPA연합뉴스

구사일생 네팔 사람들이 지난 25일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부상자를 구출하고 있다. 카트만두 | EPA연합뉴스

각국이 긴급 지원을 약속하고 의약품과 구호품을 보내기 시작했으나 아직 주민들에게는 구호물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카트만두 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도로도 많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참사 이틀째인 이날까지도 장비가 도착하지 않아 사람들은 맨손으로 잔해 더미를 파헤치며 깔린 이들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도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네팔의 도로는 무너져내린 암석과 나무들로 완전히 막혀버렸다. 현재 시골 마을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케어인터내셔널의 렉스 카센베르그 네팔 담당자는 “80% 가구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진 시골에서 피해 규모가 파악되면 사상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너진 것은 집터만이 아니다. 이들이 생계를 의존하는, 이들에게는 과거이자 미래이기도 한 역사유적들도 무너졌다. 이 일대에는 힌두교와 불교 유적, 성지들이 산재해 있는데 옛 왕궁과 수백년 된 유적들도 심하게 파괴됐다.

네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5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층짜리 ‘다라하라 탑’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카트만두 | AP연합뉴스

네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5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층짜리 ‘다라하라 탑’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카트만두 | AP연합뉴스

1832년 세워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다라하라(빔센) 탑(사진)도 무너졌다. 62m 높이의 이 탑은 8층에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만 180명이 파묻혔다. 뉴욕타임스는 “소라껍데기 모양으로 절이 모여 있는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보다나트 스투파를 비롯해 파탄 두르바르 광장, 바산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카트만두 계곡지대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7곳 중 4곳이 이번 지진으로 파괴됐다. 네팔은 지난해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400달러인 세계 최빈국이다. 이 나라의 주요 수입원은 관광산업으로 전체 수입 중 농업(30.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0% 안팎을 차지한다.

현지 언론들은 “사람들이 과자와 마른 음식 등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여진을 걱정해 건물 밖으로 나와 길거리에서 쪽잠을 자며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비바람까지 예보돼 있어 주민들의 두려움과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됐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