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의 힘 일깨운 경남도 무상급식 중단 소동

2015.05.28 21:15 입력 2015.05.28 21:16 수정

경남 산청군의회가 엊그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단체장이 식재료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바꾼 것이다. 산청군의회는 새누리당 소속 8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는 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다. 그런 산청군의 군의원들이 무상급식 주장을 ‘일부 종북세력 등의 외침’으로 표현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논리에 반한 조례를 통과시킨 까닭은 무엇일까.

4월1일 무상급식의 지원 중단 이후 두 달 가까이 흘렀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식어가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먹고 있던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경남도의 처사에 분노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월부터 한 달 급식비로 평균 5만5000~11만원씩(학생 1~2인 기준) 학부모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그것이 농촌에서 적은 돈인가. 그때까지 실감하지 못했던 유상급식의 악몽이 현실의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의 결과도 반영됐지만 한 달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수가 3만6000여명(20억원)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도시락 싸기와 서명, 걷기대회, 의견서 제출, 커뮤니티 활동(밴드 등), 펼침막 내걸기, 차량스티커 달기와 급식 티·부채·배지 부착 운동을 자발적으로 펼쳐왔다. 이런 운동이 잠자고 있던 농촌지역의 시민의식을 깨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치의식을 자각하고, 자신들도 몰랐던 시민의 힘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비단 산청군뿐이 아니다. 양산·김해·통영시의회의 절대다수 의원들이 무상급식 의무화 조례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조례 개정이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들먹이며 ‘위법’이라 주장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향배를 외면할 수 없음을 시·군의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법 타령’하지 말고 산청군의원들처럼 제대로 민심을 읽으면 된다. 경남도 내 18개 시·군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예산(643억원) 가운데 경남도 지원 예산은 257억원뿐이다. 그 돈 때문에 가난한 학생·학부모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차별 없는 평등교육의 가치를 깨서야 되겠는가. 경남도는 ‘급식의 시계’를 4월1일 이전으로 돌려라. 이를 위해 파트너인 도교육청과 머리를 맞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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