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사회 규범 외면한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

2015.05.28 21:16

헌법재판소가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2조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 조항은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화한 근거 중 하나이다. 헌재는 어제 서울고법이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직 및 미고용 노동자에게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해당 조항은 국제사회의 노동인권기준에 명백히 배치되는 것이다.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노조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헌재 결정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교원노조법 2조를 합헌으로 본 것은 ‘교원은 일반근로자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특혜가 부여되고, 교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재정 부담은 온 국민이 지게 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교원이 아닌 사람들이 교원노조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경우 법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람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원의 노동자성과 노동3권을 부정하던 1980년대식 논리를 부활시킨 셈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시대착오적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헌재가 갈수록 퇴행적으로 흐르는 것이 개탄스럽다.

우리는 유일하게 위헌을 주장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반대의견에 주목하고자 한다. 김 재판관은 교원노조가 산업별 노조에 해당하는 만큼 다른 산별 노조와 마찬가지로 해직 교원이나 구직 중인 교사 자격 소지자의 가입을 제한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교원노조법 2조를 형식적으로 해석·집행해 법외노조 통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데 비춰볼 때, 이 조항이 언제든 교원노조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노동부는 전교조가 설립신고를 마친 지 14년 만에, 조합원 6만여명 중 9명이 해직자라는 이유로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비상식적 조치를 강행한 바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헌재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적절성을 판단하지 않고 법원에 맡긴 점이다. 헌재는 “해직자를 배제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정당하게 활동해오던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하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 결정 이후 재개될 항소심 재판에서 시민적 상식과 국제적 규범에 비춰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는 ‘전교조 죽이기’를 중단하고, 국회는 교원노조법 2조 등 노동인권 관련 독소조항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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