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에 담긴 페미니즘

2015.05.28 21:39 입력 2015.05.29 09:17 수정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엔슬러

“밀러 감독, 촬영장 불러 자문 요청… 여성 폭력 문제 다루고 싶어해”

퓨리오사 등 극 핵심에 여성 배치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트럭이 뜨거운 사막을 광폭하게 질주한다. 트럭 주변에서는 거친 욕설과 총알이 난무한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4’·사진)는 폭력적이고 거친 액션 신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 거친 영화를 두고 수많은 관객들이 ‘페미니즘’ 영화라고 해석했다.


미국에서는 누리꾼들이 <매드맥스4>의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까지 벌였다. 남성 권리에 대한 글을 주로 올리는 블로그 운영자인 미국의 아론 클레리는 영화를 본 후 “이 영화는 남성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며, 남성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분개했다. 그는 <매드맥스4>가 남성들을 위한 영화인 척하면서 사실은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리우드가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배니티 페어’ 등 여성잡지에서는 이 영화를 “올해 가장 놀라운 페미니스트들의 승리(triumph)”라며 극찬했고, 수많은 페미니스트들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찬사를 보냈다.

‘매드맥스’에 담긴 페미니즘

정말 <매드맥스4>는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감독인 조지 밀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영화로 다루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저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이브 엔슬러에게 영화에 대해 적극 자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엔슬러는 미국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조지 밀러 감독은 나에게 자신들의 영화 촬영 현장인 나미비아 사막에 와서 몇 주 동안 지켜보고 자문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특히 전쟁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관점을 제공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임모탄의 젊은 부인들은 임모탄에 의해 강제로 아이를 가진 후 감금생활을 한다. 이들은 자유와 권리를 위해 안락한 곳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여자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와 위험한 도주를 감행한다. 엔슬러는 “촬영 현장에서 만난 여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전쟁 중 성노예가 된 여자들의 심경에 대해 주로 물었고 이에 대해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조지 밀러는 영화를 이끄는 메인 캐릭터로 여성인 퓨리오사를 내세운 것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들을 극의 핵심 역할에 배치했다. 엔슬러는 “조지 밀러 감독은 희생자가 아니라 자율적인 여성을 영화에서 그려내고 싶어 했다”며 “영화 속에는 ‘여자는 물건이 아니다(Women are not things)’와 같은 메시지가 담긴 대사가 곳곳에 나온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부터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모습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퓨리오사와 함께 전투에 참여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