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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마지막 혁신’

2015.06.17 21:09 입력 2015.06.17 21:23 수정
정해구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시론]새정치민주연합의 ‘마지막 혁신’

이번에 구성된 김상곤혁신위원회가 실패한다면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름으로 다시 혁신을 제대로 시도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우선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그 혁신의 시도들이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혁신 실패는 국민들로 하여금 혁신 피로증을 극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혁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정작 더 중요한 이유는 이번 혁신이 실패하고 그 결과로서 내년 총선에서, 나아가 내후년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아마도 그때쯤 새정치연합이란 정당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겪은 혁신 시늉을 국민들이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 분노가 폭발할 경우 국민들은 차라리 새 정당의 등장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물론 당내 일부에는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혁신 시늉의 통과의례로써 이를 넘길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판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12년 대선 직후 민주당의 혁신위원장을 역임해보았고 따라서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비교적 잘 아는 편인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민주당 당시부터 서서히 고사해 왔던 새정치연합은 이제 그 사망의 종점에 거의 다가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박영선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사정을 “콩대는 가마솥 밑에서 타고 콩알은 가마솥 안에서 우는구나. 콩알과 콩대는 한뿌리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볶아대는지 조조의 아들 조식의 시가 떠오르는 요즘”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 서로 볶아대다 그 운명을 다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지금 새정치연합의 사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상곤혁신위의 시도는 사실 혁신다운 혁신을 시도해볼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김상곤혁신위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조건은 김상곤혁신위의 권위가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상사태의 새정치연합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등장한 김상곤혁신위가 그러한 권위를 갖지 못한다면, 특히 당내에서 계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김상곤혁신위의 권위를 흔든다면, 그 혁신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김상곤혁신위는 과거 로마공화정 시기 위기에 빠진 로마를 구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독재관에게 전권을 부여했던 것과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 그럴 정도가 되어야만 새정치연합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런 전제하에 김상곤혁신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그것도 매우 거칠고 저질적인 계파적 발언을 통제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당 사정에 그것을 더욱 격화시켰던 무책임한 막말들을 우리는 너무 자주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새정치연합이 늘 집안싸움만 벌이는 계통과 질서도 없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왔고, 그러한 인식의 누적은 마침내 정부 여당이 제아무리 못해도 나라살림을 새정치연합에는 맡길 수 없다는 깊은 불신을 키워왔다.

따라서 김상곤혁신위는 그러한 발언들을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 때마침 새정치연합은 윤리심판원을 새롭게 구성했다.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계파적 발언들에 대해서는 윤리심판원의 심판을 통해 반드시 차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 김상곤혁신위는 그것을 제도화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혁신 과제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모든 혁신을 몇 달의 한정된 기간 내에 다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김상곤혁신위가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해야 할 혁신 과제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공천혁신의 방안을 제시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방안만큼이나 그 수준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물갈이 여론이 드높은 국민의 요구 수준과 이에 대해 당연히 저항할 당내 현역의원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어느 정도 관철해낼 수 있는가가 바로 그 문제다. 당이 분열되지 않는 최저선을 지키면서도 높은 물갈이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 수준에 최대한 부응할 수 있는 엄정하고 공명정대한 공천 혁신의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김상곤혁신위가 혁신안의 마련을 넘어 그것을 직접 실천하거나 향후 실천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혁신안만 마련하고 그 실천을 간단히 방기해 왔던 새정치연합의 반복된 습관을 여러 번 보았다. 혁신안만 마련하는 것은 사실 절반쯤 그 실패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김상곤혁신위의 최종 성공은 그 혁신안이 비로소 실천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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