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 병풍바위, 일제 때 훼손 사진 첫 공개

2015.06.30 21:27 입력 2015.06.30 21:28 수정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나오는 병풍바위가 일제강점기 훼손된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이태호 교수는 ‘월간 미술’ 7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1939년에 찍은 유리원판(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인왕산 사진에는 당시 미나미 총독이 쓴 ‘동아청년단결’을 비롯한 학무국장의 천황에 대한 맹서 등 바위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면서 해당 사진을 소개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가 쓴 ‘동아청년단결’ 등의 글씨를  스즈키 긴지로가 새긴 병풍바위(1939년 촬영).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판사진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가 쓴 ‘동아청년단결’ 등의 글씨를 스즈키 긴지로가 새긴 병풍바위(1939년 촬영).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판사진

1939년 인왕산 병풍바위를 찍은 사진에는 ‘황기 2599년(1939) 9월16일’에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가 행서체로 쓴 구호 ‘東亞靑年團結(동아청년단결)’이란 한자 글씨가 선명하다. 당시 경성에서 ‘대일본청년단대회’가 열릴 때 기념각자로 새긴 것으로, 매일신보는 9월17일 ‘천추에 빛날 각자 기공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그 왼편에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장 시오바라 도키사부로(鹽原時三郞)가 같은 날짜에 천황에 대한 맹서를 작은 글씨로 새겨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바위 글씨를 새긴 사람은 스즈키 긴지로(鈴木銀次郞)로 금강산 구룡폭 암벽에 해강 김규진의 거대한 19m 글씨 ‘미륵불’을 새긴 조각 기술자였다.

이 교수는 “광복 후 암면을 쪼아 글씨들을 제거한 상태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 흔적이 지금도 역력하다.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자연을 훼손한 만행이자 식민지를 겪은 우리의 아픈 흔적”이라며 “이 바위 글씨에 대한 당시 기사 등 정보는 있었으나 사진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39년에 찍은 인왕산 사진을 보니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표현된 것과 같은 검은색 바위 색깔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왕산을 지나칠 때마다 ‘인왕제색도’에 표현된 화강암 바위의 시커먼 먹색을 떠올렸는데 실제 비에 젖은 인왕산 주봉은 그림처럼 검지 않고 멀리서 보면 화강암이 훨씬 밝게 드러난다”며 “정선 시절에는 인왕산 바위가 시커멓게 검었을까, 정선이 과장해서 적묵법을 썼을까 바위 색감이 늘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39년에 찍은 인왕산 병풍바위 사진은 흑백이지만 실제 ‘인왕제색도’와 유사한 검은색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인왕제색도’가 정선의 오랜 선배이자 친구인 사천 이병연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산이씨 족보를 살펴보니 이병연은 신미(1751년) 1월4일 81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적혀 있다”며 “그동안 이병연이 사망한 날짜를 1751년 윤5월29일로 잘못 알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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