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경제학자들 “채권단, 그리스 좌파정권 교체 노려”

“트로이카 요구 수용하면 긴축·불경기 끝없이 악순환”

그리스 위기와 관련해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국제 채권단의 의도는 결국 그리스 좌파 정권 교체에 있을 뿐 그리스인의 삶이나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다며 그리스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9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채권단이 제시하는 조건은 지난 5년간 강요해온 긴축정책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부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채권단의 목표는 치프라스 정부를 몰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집행위원회 등 트로이카의 요구를 수용하면 “그리스가 끝없는 긴축과 불경기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역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한 유럽의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채권단이 치프라스 정부를 괴롭게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과 배치되는 일을 수용하도록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프라스 정부가 지난 1월 취임 후 공약을 어겨가면서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심각하게 고민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에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재정적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를 가혹하다고 보고 있다”며 “지난 5년간 그리스의 GDP가 25% 줄고 청년 실업률이 60%를 넘게 된 데 대해 트로이카가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마크 와이스브로트 공동소장은 경향신문에 보내온 성명에서 “유럽 당국(채권단)의 관점에서 ‘레짐체인지’는 유일하게 논리적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당국이 그리스에 대한 신용을 끊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고, 그리스를 ‘금융 멜트다운’으로 몰아가 유로존을 떠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독일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모두 그것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남는 방법은 그리스 경제와 정부를 낭떠러지로 떠밀어 국민들로 하여금 좌파 정부를 쫓아내는 선택을 하게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투표에서 ‘아니요’에 투표하는 것이 곧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라는 채권단의 말에 속지 말고 긴축 요구를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그리스 정부의 협상에서의 입지를 더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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