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기 숨지게 한 극우 유대인의 '가격표' 테러는?

2015.08.09 18:07 입력 2015.08.10 09:27 수정

극우 유대인의 방화 테러로 희생된 다와브샤 가족. 8일 숨진 사아드 다와브샤(왼쪽)가 부인(오른쪽)과 함께 알리를 안고 있다. 알리는 테러 당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UPI연합뉴스

극우 유대인의 방화 테러로 희생된 다와브샤 가족. 8일 숨진 사아드 다와브샤(왼쪽)가 부인(오른쪽)과 함께 알리를 안고 있다. 알리는 테러 당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UPI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심각한 화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던 팔레스타인 남성 사드 다와브샤가 끝내 숨졌다. 그는 불길에 휩싸여 먼저 세상을 떠난 18개월 된 어린 아들 옆에 묻혔다. 살아남은 그의 아내와 네살배기 아들은 전신의 80%에 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다. 다와브샤 가족은 지난달 31일 극우 유대주의자가 던진 화염병이 집에 날아들어온 이후 삶이 처참하게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두마 마을에 ‘방화 테러’를 자행한 일당은 마을 건물에 ‘가격표(Price tag)’를 뜻하는 히브리어 글귀와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남겼다. 이를 이유로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이번 방화 테러를 ‘가격표 테러’라 칭하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인 주택에 화염병을 던진 극우 유대인이 히브리어로 ‘복수’를 뜻하는 문구와 유대교 상징 다윗의 별을 스프레이로 남겼다.  /UPI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인 주택에 화염병을 던진 극우 유대인이 히브리어로 ‘복수’를 뜻하는 문구와 유대교 상징 다윗의 별을 스프레이로 남겼다. /UPI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가격표’는 유대인 정착촌에 거주하는 극단주의자가 팔레스타인에게 행하는 ‘복수’를 의미한다. 현재 국제법상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이 점령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사는 것이 불법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민이 비허가 구역에 세운 세운 불법 시설을 몰아내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에 불만을 품은 유대 극단주의자가 정부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애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는 행태가 가격표 테러다.

팔레스타인인은 자신들이 입은 손해를 그대로 되갚으려는 극단적 유대인에 의해 범죄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극단주의자들이 말하는 ‘가격’이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그들의 자산을 파괴해 치르게 하는 ‘대가’를 뜻한다고 전했다. 하레츠에 따르면 31일 방화 테러가 발생하기 며칠 전, 서안지구에서 유대 정착민의 건물 두 동이 이스라엘 정부가 동원한 불도저에 밀렸다. 이후 똑같이 팔레스타인인의 집 두 채를 불태워 복수했으니 가격표 테러 일당으로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한 셈이다.

‘가격표’란 표현은 1998년쯤 처음 등장했지만 2005년 아리엘 샤론 총리 시절 이스라엘 정부가 불법 정착촌을 철거해 이스라엘 극우가 반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단순히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기는 수준을 넘어 점점 이번 테러처럼 과격한 폭력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 무스타파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의 가옥 15채가 불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일같이 공격받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일종의 보복성 테러인 가격표 공격은 이스라엘 법에 의해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는 지난해 5월 가격표를 운운하며 복수하는 것을 증오 범죄로 규정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을 방화 “테러”로 지칭했다. 미국 정부 역시 2012년 가격표 공격을 테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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