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인방송시대의 어두운 면, 다 보여 드립니다.

2015.09.16 16:51 입력 2015.09.16 16:54 수정
배장현 기자

지난 14일에 송고한 기사 아프리카TV BJ들의 차별적 발언에 관한 기사(▶장애인한테 뽀뽀하면 비정상? 아프리카TV 유명BJ들 소수자 차별 발언, 도를 넘었다.)를 읽고, 아프리카TV BJ들의 방송에 다른 문제도 있다며 여러 명이 추가로 제보해왔다. 그간 수 차례 보도된 ‘욕설·신체노출’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는 사례들이 많았다.

■도박방송?

BJ이기광은 지난 8월 동안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수십회 윷놀이 게임 방송을 했다. 명절에 가족들과 하는 평범한 윷놀이는 아니었다.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별풍선 40~70개를 먼저 걸어야 했다. 별풍선은 방송 시청자들이 하나 당 현금 100원을 주고 아프리카TV 측으로부터 구매한 후 BJ들에게 선물하는 방송아이템이다. 선물받은 BJ는 아프리카TV 측으로부터 BJ등급에 따라 개당 60~70원으로 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판돈 4000~7000원을 걸고 하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BJ이기광은 다른 BJ들과 동시에 방송을 하면서 별풍선 1000개~2000개를 걸고 3판2승제로 윷놀이 게임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BJ가 지난 5월 자신의 방송에서 버스 안에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한 BJ가 지난 5월 자신의 방송에서 버스 안에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방송이 민폐

유명 BJ인 ‘갓성은’은 지난 7월 방송 중 버스 뒷좌석에서 자장면 두 그릇을 연속해 먹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영상에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황당한 듯 BJ를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BJ는 지난 5월 배에서 만난 스님에게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밀고, “스님이 왜 되신 거예요? 예수를 믿으세요”라는 말을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9000원이면 길 위에서 “성관계 하고 싶다”

사주풀이 방송을 하는 엄모씨(50)는 지난달 3일 오후 4시40분쯤 한 카페에서 방송하던 중 한 시청자로부터 “길 위에서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5회 큰 소리로 외치면 별풍선 90개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시청자가 별풍선을 보내자 엄씨는 곧장 카페밖으로 나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엄씨의 방송 카메라에는 황당해하는 행인들의 표정도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날 오후 9시40분쯤 방송하던 엄씨는 시청자들의 별풍선을 받고 치마를 입은 채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기도 했다.

■아슬아슬 교통(중)방송

일부 BJ들은 운전 중 방송을 해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BJ갓성은은 지난 6월 제주도 방송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해당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채팅창에서 ‘위험해보인다’, ‘운전을 하지 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BJ의 다른 방송에서는 한손으로 운전하면서 통화하는 모습이 나가기도 했다. 6월30일에는 BJ허윤미가 방송을 하면서 운전하는 중 멘트를 하다가 접촉사고가 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19금 연령제한 없는 19금 게임 방송.

게임방송으로 인기를 얻은 BJ철구는 지난 10일 ‘Until Dawn(언틸 돈)’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해당 게임은 사람과 짐승이 잔인하게 죽는 장면이 묘사되는 등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콘텐츠다. 그러나 방송은 아무 연령제한 없이 나갔다. 방송 중 게임의 수위를 우려한 시청자들이 BJ에게 방송연령을 19세로 바꿀 것을 수 차례 제안했지만, BJ는 “19 안 걸어도 됩니다”라며 일축하고 게임을 계속했다.

제보자들은 적게는 2건, 많게는 10건씩 이같은 내용을 제보했다. 제보자들은 ‘아프리카TV에 문제 방송들에 대해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프리카TV는 운영원칙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모씨(51)는 “문제방송은 셀 수 없다”면서 “지난 7월부터 거의 하루 한 번 꼴로 아프리카TV에 신고전화를 하지만 아프리카TV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가 큰 수익을 내는 인기BJ를 함부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령제한이 없는 19금 게임 방송을 제보한 김모씨는 “BJ철구의 방에 더 많은 청소년이 입장할 수록 아프리카TV는 많은 광고수익을 벌고 별풍선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프리카TV의 자정이 불가능하다면 공익적 차원에서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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