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백악관과 청와대의 차이

2015.10.11 20:44 입력 2015.10.11 20:49 수정
강진구 논설위원

지난 7일 미국 백악관에서는 ‘노동자 정상회의’가 열렸다. 미 전역의 노조 지도자들이 미국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회의에서는 28살의 해고 간호사 알리샤 알마다가 단연 최고의 화제인물이었다. 그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초대를 받으면서 갑자기 대형병원의 부당노동행위와 의료영리화에 맞서 싸우는 ‘잔다르크’로 부상했다.

대학 졸업 후 캘리포니아 한 병원에서 2대째 간호사로 환자를 돌보던 알마다는 노조운동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하지만 병원이 의무고용비율까지 무시하며 간호사를 감축하면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심지어 침대보와 환자복 공급까지 줄였다. 알마다는 지난 4월 비밀리에 동료들과 만나 노조결성을 논의했고 낌새를 챈 병원은 대응에 나섰다. 노조파괴 컨설팅업체를 선임하고 1220명의 간호사들을 성향별로 나눠 일일이 감시하고 사진체증에 나선 것이다. 요주의 감시인물이 된 알마다는 결국 해고통보를 받았다. 알마다는 “과도한 의료영리화로부터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간호사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노조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알마다 사연을 연상케 하는 일이 최근 인천성모병원에서도 발생했다. 인천성모병원 노조원들은 주기적으로 직원들을 환자유치에 동원하는 등 병원의 과도한 돈벌이에 맞서 5개월째 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 조합원 징계, 고소·고발, 손배소송 등을 통해 200여명의 노조원이 11명으로 감소하는 등 노조탄압 양상도 너무나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알마다에게는 발벗고 나서 노조를 지지한 교계 지도자들이 있는 반면 인천성모병원에는 실질사용자이면서도 사태를 방관하는 천주교 인천교구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알마다에게는 백악관에서 직접 ‘노동자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있는 반면 인천성모병원 노동자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다. 성모병원 노동자는 청와대가 아니라 교황청에 중재를 의존하고 있다.

오바마는 백악관에 모인 노동자들에게 ‘노조가입을 더 쉽게 하고 노동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언제쯤 우리는 청와대에서 이런 대통령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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