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콜텍 지회장의 단식농성

2015.10.13 21:12 입력 2015.10.13 21:16 수정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9월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콜트악기와 콜텍 이런 회사는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 노조 때문에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을 뒷받침한답시고 그런 발언을 한 모양인데,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악의적인 왜곡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트악기’와 ‘콜텍’은 기타를 만들어 판매하고 수출도 하는 기업이다.

두 회사는 박영호 대표이사가 오너인 곳인데, 2007년 회사는 돌연 국내 공장의 폐업과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된다. 2007년 4월 인천 부평공장의 콜트악기 노동자 38명을 정리해고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충남 계룡시에 있는 콜텍 대전공장의 폐업과 노동자 전원 정리해고, 2008년 8월 부평공장의 폐업과 남아 있던 노동자 9명의 해고로 이어졌다.

[정동칼럼] 콜트·콜텍 지회장의 단식농성

2007년 당시 콜트악기와 콜텍은 전 세계 전자기타 시장의 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회사의 재무상태도 안정적이었고, 과거 10년 동안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었다. 콜텍의 정리해고에 관한 항소심 판결문은 “우량한 기업”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런데 회사가 갑자기 국내 공장을 폐업하고 노동자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유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콜트·콜텍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다롄에 현지법인으로 생산공장을 세웠다. 콜텍의 경우, 다롄공장은 처음에는 임가공 위탁생산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회사는 2003년부터 다롄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직접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생산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점차 몰아준다. 그러면 국내 공장의 채산성은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없고, 회사는 이를 이유로 정리해고에 나선다. ‘먹튀’나 진배없다.

콜트악기와 콜텍의 노조가 회사의 경영상태를 악화시킬 정도로 강경 투쟁을 일삼았던 것도 아니다. 콜트악기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낸 적이 있다. 2008년 8월2일자 동아일보 보도는 “노조의 장기파업에 따른 경영압박과 적자 누적”으로 부평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다고 썼다. 그 보도가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2011년 9월19일 동아일보는 “콜트악기 부평공장의 폐업은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용자 측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의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고, 노조의 파업은 대부분 부분파업이어서 회사 전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정정보도를 냈다.

졸지에 해고당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이르러 대법원은 콜트악기 측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해고 노동자들이 돌아갈 공장은 없었다. 회사는 복직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을 다시 해고했다. 콜텍의 경우 2009년 항소심 판결은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당장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없었더라도 장래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했고, 결국 콜텍 노동자들의 패소로 끝이 났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값싼 노동력을 찾아 별도 법인과 공장을 설립하고 멀쩡하게 잘 운영되던 국내 공장을 졸지에 없애버리는 식의 정리해고를 막을 수 없다.

어느덧 9년째이다. 그동안 안 해본 거 없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 이후, 10월5일부터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콜트악기 노조의 방종운 지회장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단지 여당 대표의 발언 때문만은 아닐 게다. 방 지회장은 ‘더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그게 강경 노조 때문이라는 식의 왜곡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미 그가 돌아갈 공장은 없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본질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파괴시키는 해고 방법.” 이것이 그가 싸워야 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그의 힘겨운 투쟁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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