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지 식단만 바꿨을 뿐인데

2016.03.31 21:00 입력 2016.03.31 21:01 수정
고용석 |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대의민주주의의 꽃인 총선 열기로 온 나라가 뜨겁다. 민주주의가 정당과 선거, 정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시인 휘트먼은 ‘민주주의가 쓸모 있는 것은 우리 일상의 민주적 태도와 관계가 교육·문학·종교 등 사회 각 방면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피어난다’고 노래한다. 민주주의는 꼭 거창하게만 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살리고 숙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먹거리는 일상의 민주주의의 잠재력이다. 그 특성상 모든 것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기고]단지 식단만 바꿨을 뿐인데

최근 먹거리가 건강, 환경, 경제 모든 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이다.

이 연구는 유엔이 정한 일반인 평균식단과 적색육과 당류, 총칼로리를 제한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글로벌 건강식단, 채식식단과 우유·계란 등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비건(완전 채식)식단 등 4가지 식단 유형을 제시하고 2050년까지 식단의 변화가 가져올 환경과 건강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특히 의미있는 것은 환경과 건강의 효과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고 그것을 대륙별, 지역별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우선 건강 측면에서 평균식단에서 글로벌 건강식단으로 바꾸기만 해도 2050년까지 연간 510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비건식단으로 바꾸면 810만명을 구할 수 있다. 이는 연간 세계 사망률의 6~10%를 감소시키는 셈이다.

또 성인병 치료와 다이어트에 투자하는 액수를 고려하면 연간 1조달러 이상의 정부 예산을 줄일 수 있다. 환경, 특히 기후변화 측면에서 살펴보면 먹거리는 현재 세계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고 그 중 80%는 축산업이 차지한다.

제시한 4가지 식단 유형 중 일반인 평균식단에서 글로벌 건강식단으로 전환하면 먹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7%를, 채식식단은 63%를, 비건식단은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한 기술적 투자보다 식단 변화가 훨씬 효율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인병 치료와 다이어트 비용에 환경 측면의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정부는 연간 최대 31조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2050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식단 변화로 누리는 건강·환경·경제 절감효과가 선진국들보다는 개도국들에서 최대화된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개도국에서의 적절한 식단 선택이 향후 전체 절감효과의 75%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는 식생활교육을 통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친다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공장식 축산과 동물 복지, 5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현실에 따른 정부 정책, 생명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와도 조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적색육 섭취는 56% 줄이고 채소·과일 섭취는 25% 늘려야 한다는 글로벌 식생활 가이드라인을 권장한다.

유엔은 이미 2010년 세계가 기아와 에너지 빈곤,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1억명으로 증가한다고 전제할 때, 육류와 유제품 위주로 짜인 서구식 식단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체가 가능한 화석연료와 달리 인간은 식량 문제를 굶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파국으로 끝나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 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우리 자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상의 민주주의는 건강과 지구환경, 생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마음살피기에서 출발한다. 매일 끼니마다 시장에서 무엇을 구입하느냐는 일종의 선거이자 투표 행위이다. 여기서 우리 자신이 계속 원인 제공자로 남을 것인가, 문제 해결자가 될 것인가를 결정한다.

총선에서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듯 일상에서 우리의 선택도 중요하다. 단지 식단만 바꿔도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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