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는 왜 비판을 받고 있나

[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 바이두는 왜 비판을 받고 있나

웨이쩌시가 생전 찍은 동영상. 웨이쩌시는 이 동영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웨이쩌시가 생전 찍은 동영상. 웨이쩌시는 이 동영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공상총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웨이쩌시(魏則西) 사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최대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 “상업적인 목적의 추천서비스와 연관 검색어에 대해 엄격하게 심의를 진행하고 위험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샹하이룽(向海龍) 바이두 회장은 이에 대해 “최근 발생한 문제에 대해 심각히 반성하며 합동 조사팀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바이두는 올해 1분기 매출액만 24억5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기록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다. 거대 인터넷 회사인 바이두를 고개 숙이게 한 이번 사건은 희귀암 중 하나인 활막육종 진단을 받은 22살 대학생 웨이쩌시가 바이두가 추천한 병원에서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숨지면서 시작됐다.

중국 당국이 바이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바이두 경영진이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이번 사건에는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가 한꺼번에 응축돼 있다.

■구글이 차단된 중국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바이두

중국에서는 ‘검색한다’는 말 대신 ‘바이두 이샤(百度一下·바이두 한다)’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바이두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바이두가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막강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구글이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장성 방화벽’에 막혀있는 이유가 크다.

웨이쩌시 사건이 발생하기 전 중국에서 검색 광고나 추천 서비스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바이두가 특정 병원을 추천 명단에 올리는 것은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바이두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한 검색 시장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셰주어시(謝作詩) 저장재경대학 교수는 “바이두는 광고물이 담고 있는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의무가 없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구글이 들어오지 못한 중국 검색 시장에서 바이두가 가지고 있는 비중이다. 구글이 바이두보다 이용하기가 100배 더 좋다고 해도 구글이 열리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셰 교수는 바이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데 대해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당시를 예로 들었다. 2008년에는 화학물질 멜라민에 오염된 분유가 유통돼 6명의 영유아가 사망하고 30여 만명이 신장 결석 등의 질환을 앓은 사건이 터지자 중국 대중들은 이 분유 광고 모델로 활동한 연예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셰 교수는 이를 빗대 “웨이저시 사건의 큰 원인은 바이두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관리 감독 실패라고 짚었다.

■중국의 허술한 의료 감독 체계

웨이저쩌시는 바이두 검색을 통해 베이징 무장경찰 제2병원에서 스탠퍼드 의대에서 들여왔다는 종양 생물면역치료법을 받았다. 웨이쩌시 가족들은 돈을 빌려가면서 이 치료에 매달렸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 병원은 스탠포드 의대와의 협력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조직이 운영하기 때문에 지방의료감독기관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 군사병원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중국군이 운영하는 병원과 사설 기관과의 유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더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병원은 민영병원 업계의 큰손인 푸톈계와 관련이 있다. 푸톈계는 의료기관 민영화 과정에서 산부인과, 피부과 등에 자본을 투자하며 자리잡았다. 푸톈계는 초반에 성병이나 피부병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이어서 TV 등 매체에 광고를 하지 못했고 ‘전봇대’ 전단으로만 존재를 알려왔다. 그러나 바이두에 막대한 규모의 광고를 하기 시작하면서 지명도는 점점 높아졌다.

푸톈계 의료기관이 병원 측에 로비를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푸톈계 의료기관으로 분류되는 상하이캉신의원의 한 관계자는 “명절이 되면 병원장부터 직원들까지 선물을 돌렸다”며 “2008년에는 다롄 해방군의 한 병원의 원장, 정치위원, 부원장 등 28명에게 54만 위안(약 9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줬다”고 폭로했다.

중국 지방의 의료 수준이 낮다보니 전국의 환자들은 대도시로 몰린다. 대도시 종합병원 번호표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얻기 힘들다 보니 암표상이 극성을 부린다.

지난 2월에는 중의학 전문으로 유명한 베이징 광안먼의원에서 “300위안 하는 진료 예약권을 4500위안(약 83만원)에 사라고 한다”면서 “접수 직원과 암표상들이 내통을 한 게 틀림없다”고 분통을 떠뜨리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이징시 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병원 암표상들에게 ‘무관용’ 원칙을 밝히고 비응급 진료 전면 예약제 도입, 진료 예약 실명제 실시, 암표상 단속 강화 등 ‘8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시 위생계획생육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한해 동안 베이징의 A급 병원들이 진료한 환자들이 1억1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70% 이상은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 오는 환자들이다.

산시(陝西)성 출신의 웨이쩌시도 여러 도시의 병원을 전전하다 베이징 무장경찰 제2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중국에서 가장 급수가 높은 3급 갑(甲)등 의원이다.

이번 사건이 여론을 크게 일으킨 이유로 웨이쩌시의 개인 배경도 작용했다. 그는 2012년 명문대로 꼽히는 시안전자과대학에 입학했는데 수능에서 고득점인 600점이 넘는 성적을 받아 인기학과인 계산기계학과에 들어갔다. 건강이 악화돼 2013년 휴학을 했지만 1학년 성적은 학과에서 5% 이내였다. 그는 투병 중 온라인 등에 글과 동영상을 올려 살고 싶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저는 21세입니다. 대학 2학년때 병을 발견했습니다. 2년 동안 치료받느라 많은 돈을 버렸지만 저는 살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큰 세상을 보고 제 꿈을 이루고 싶고 싶습니다. 저는 외동아들인데 제가 없이 부모님들이 어떻게 노년을 보내실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고 투병 중 2016년 4월12일에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전도유망한 명문대생의 안타까운 죽음과 거대 포털에 대한 반감, 의료 체제에 대한 불만 등이 얽혀 이번 사건의 파장이 더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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