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금리 3달째, 경제 ‘선순환’은 없었다

2016.05.17 10:46 입력 2016.05.17 16:31 수정

일본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당초 노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자금 대출 금리와 기업자금 대출금리가 모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설비투자나 개인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결국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마이너스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마이너스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기대한 ‘선순환’은 없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것은 지난 2월16일이다. 일본은행은 이날부터 시중 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당좌예금 일부에 -0.1%의 금리를 적용했다. 시중 은행들이 일본은행에 돈을 묶어두지 말고 기업과 가계에 저금리로 돈을 많이 빌려주라는 뜻이었다. 일본은행의 당초 의도대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시중 은행들의 금리는 크게 떨어졌다. 장기금리의 대표적인 지표로 꼽히는 10년 만기 국채 이율은 -0.1%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본은행은 당초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돼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했다.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주택자금 대출 금리와 기업자금 대출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존 주택자금을 빌려 쓴 사람들은 너도 나도 더 낮은 이자로 갈아탔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등 일본의 5대 대형은행의 4월 주택자금대출 차환 신청 건수는 지난해 4월에 비해 3.3배 늘어났다. 그러나 신규 주택을 짓기 위한 자금대출 신청 건수는 10% 늘어나는데 그쳤다.

일본은행은 주택 대출 이자부담이 줄면 개인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발표한 지표에서 소비가 회복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인 이상 세대의 지난 3월 소비지출은 지난해 3월에 비해 5.3%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

마이너스 금리에도 기업은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앞날을 점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신규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미즈호금융그룹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사장은 지난 13일 결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됐다고 해서 반드시 설비투자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세계 경제의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하다”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홀딩스 기타무라 구니타로(北村邦太郞) 사장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기업이 적극적으로 돈을 빌리려 하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국내 자금수요는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강연에서 “지금 시장은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의 저금리가 형성돼 있다. 좋은 투자 기회다”라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시장은 6월에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결국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BC닛코(日興)증권 마루야마 요시마사(丸山義正)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적다”면서 “엔고가 심화되면 추가 완화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26∼27일 일본 미에(三重)현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재정 정책 확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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