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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오동맹과 교회 부채

2016.06.17 20:44 입력 2016.06.17 20:50 수정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19대 총선에서 기독정당은 ‘종북좌파 척결’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번 20대 총선에선 ‘동성애 반대’ 구호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항상 누군가를 혐오하라는 구호가 개신교 정치의 핵심처럼 보인다.

[사유와 성찰]동성애 혐오동맹과 교회 부채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는, 교과서 같은 데 묘사된 입에 발린 종교관은 어느덧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의 선거구호만이 아니라 한국 근대사에서 개신교는 거의 언제나 증오하고 공격하고 배척하는 존재로 우리 사회 속에 각인됐다. 특히 반공은 한국 개신교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뿌리 깊다. 해서 사랑의 종교라는 표어와 극한적으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대개의 사람들은 개신교가 왜 반공을 그토록 소리 높여 외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한데 이번 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왜 개신교가 동성애를 그토록 혐오하는지. 여기서 개신교가 혐오하는 대상으로 표기한 ‘동성애’라는 말에는 양성애자나 성전환자도 포함된다. 즉 이성애와 다른 모든 성적 취향을 포괄하는 개신교의 혐오적 표현이 바로 ‘동성애’다.

이러한 반동성애론을 펴는 개신교 신자들은 대부분 성경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반대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성경이 명백하게 말하고 있다면 왜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다가 이제야 호들갑을 떨고 있는가? 또 그들이 애써 찾아낸 성서구절들이 실제로 동성애 혐오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빈도수에서나 표현의 적나라함에서 대표적인 혐오의 대상은, 동성애자가 아니라, 여성이다. 그런데 여성혐오를 선거구호로 내건 기독정당은 없다. 설사 여성혐오적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말이다.

최근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자들, 특히 정당 추진론자들이 반동성애를 부르짖는 진짜 이유는 미국에서 정치세력화를 꾀했던 신복음주의자들을 따라한 데 있다. 반동성애론을 펴는 논거들과 서사 방식까지 그대로 베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최근의 한국 개신교의 반동성애론은 반공주의에 비해 너무 빈약한 혐오주의 담론이며, 한국 개신교 내에서조차 더 많은 동조자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반동성애 담론의 종말을 너무 쉽게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왜냐면 기독정당을 축으로 동성애 혐오동맹이 형성되어 있고, 그 중심에는 막강한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가진, 극우주의 성향의 대형교회 목사들과 장로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당한 자원 점유 능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들은 동성애 혐오동맹을 위해 자신들의 자원을 아낌없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데 그것만이 아니다. 개신교 극우주의 세력을 결속시키는 다른 요소들이 더 있다. 그 요소들은 하나가 아니지만 대체로 ‘위기’라는 말로 수렴될 수 있다. 하여 위기감에 의해 결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들이, 막강한 자원을 가진 개신교 극우주의 엘리트들이 부추기는 혐오주의로 똘똘 뭉치면서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했다. 나는 그것을 ‘혐오동맹’이라고 불렀고, 최근의 혐오동맹의 키워드는 ‘반동성애’다.

여기서 나는 위기의 항목들 중, 많은 개신교 목사들과 장로들이 신랄하게 체감하는 위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그것은 ‘교회 부채’다. 그 속내가 지난 19대 총선 때에 기독정당에 의해 드러났다. 당시 기독정당 주역들이 내건 주요 공약 중에는 한국교회의 은행 이자를 2%로 인하하겠다는 것이 있다. 이 황당한 공약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 무렵 교회가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무려 4조5000억원을 상회했고, 어떤 연구에 따르면 실제 대출금액은 1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대출연체율은 대기업 연체율의 2.7배, 가계대출 연체율의 2.2배에 달했다. 그것은 파산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당시 매년 파산한 교회들이 6000개 정도나 됐다. 경매로 넘어간 종교시설의 70~80%가 개신교의 시설들이고, 특히 이제까지는 대마불사의 원리가 통했던, 수백억원대의 감정액이 매겨진 대형교회 시설들이 연이어 경매시장에 나왔다. 그만큼 개신교 교회들은 부채로 인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고, 19대 총선에선 그런 위기감이 걸러지지 않고 공약의 형식으로 표출되기까지 했다.

나는 개신교가 주도하는 혐오동맹의 중심부에 많은 목사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이 교회 부채로 표현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즉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 결여된 교회의 퇴행적 표현이 바로 혐오동맹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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