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백남기 중태 빠뜨린 경찰 진압행위 조작실수라도 위법”

2016.07.06 13:37 입력 2016.07.06 14:33 수정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판결문서 밝혀
·백씨 가족 국가 상대 손배소 영향 끼칠듯

법원이 지난해 11월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70)를 중태에 빠지게 한 경찰의 진압행위에 대해 “무조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살수차를 운용한 경찰관들의 과실 여부를 검토 중인 검찰 수사와 백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민·형사 사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6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심담 부장판사)는 “경찰의 이 부분(백남기씨에 대한) 시위진압 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법 판단의 근거로 경찰이 사건 당일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운용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 시위참가자의 가슴 이하 부분을 겨냥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11월 14일 오후 6시50분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시위 참가자인 백씨의 머리 부분에 직사살수를 해 그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뇌진탕을 입게 했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지난달 27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또 판결문에서 “쓰러진 이후에도 그에게 계속해 직사살수를 한 사실”, “같은 날 밤 부상을 입고 응급차량으로 옮겨지는 시위 참가자와 그 응급차량에까지 직사살수한 사실” 등을 언급했다.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씨 사건과 경찰의 진압행위 사이에 고도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백씨의 가족은 국가와 경찰관들을 상대로 총 2억4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또 진압에 나선 경찰관들을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아직 조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백남기농민 사건 해결을 위한 국회 태스크포스(TF)와 야당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7일 백씨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차원의 청문회 실시를 촉구했다. 경찰은 백씨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 만에 살수차 장비 개선과 인력 운용 방침을 내놨지만 과잉진압에 대한 처벌은커녕 이렇다 할 사과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책임회피성’ 늑장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진 의원은 “공권력의 폭력으로 사경을 헤매는 국민이 있는데도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수사는 이미 1심까지 끝났는데도 경찰의 위법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조속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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