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여성운동 탄압사태, 눈치들 보지 마라

2016.08.01 20:45 입력 2016.08.01 20:48 수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운동에 동참했다고 해서 게임에 출연한 한 성우의 목소리가 지워졌다.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웹툰 작가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성운동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포악한 탄압이다. 노동탄압과 정치탄압은 다른 핑계라도 대지만 이건 대놓고 메갈리아에 대한 지지를 폭압의 이유로 밝히고 있다.

[시론]넥슨 여성운동 탄압사태, 눈치들 보지 마라

하지만 진보정당이라는 곳에서는 게임회사를 비판한 논평을 “친메갈리아인가? 아닌가? 라는 수많은 논쟁만 야기시켜, 부당한 노동권 침해라는 본 취지의 전달에는 실패했다”며 철회했는데,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운동을 선도하겠다는 진보정당의 의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라는 진보매체에서는 “극단주의자들이 우리의 신념을 대표하게 해서는 안됩니다”라는 글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수많은 명망가들도 눈치만 보고 있다.

내 말을 들어달라. 남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다. 혐오 표현은 혐오스러운 표현이나 누군가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도의적으로 계도하고 또는 법적으로 제재하고자 하는 혐오 표현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일으킬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표현을 말한다. 즉 혐오 표현 여부는 그 표현 자체만 보아서는 안되고, 마치 전류가 배선체계를 따라 흐르면서 전자기기에 반응을 일으키듯이 그 표현이 발화되었을 때 그 표현과 호응하여 차별이나 폭력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사회구조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남성우위의 사회에서 남성을 혐오하는 발언은, 그럴 가능성은, 2차 세계대전 때 유태인들이 ‘나치당원들을 찢어죽이자’고 아무리 악을 써봐야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선동시켜 나치당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으로 전화될 가능성만큼이나 없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약자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성혐오 발언들을 듣고 마음이 동하여 밖에서 남성들에게 폭행이나 강간을 시도할 수도 없으며, 사회에서 대부분의 인사권자들은 남성이다.

‘메갈리아’와 ‘일베’를 동급으로 보는 이유는 특정 표현에 동조해 줄 차별적인 사회구조가 존재하는지를 보지 않고, 혐오스러운 표현만을 보기 때문이다. “혐오에 혐오로 대응한다”고? 당연히도 그럴 것이 메갈리아는 미러링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미러링은 이에 호응할 여존남비적 사회구조가 있을 때만 혐오 표현이 될 뿐 지금은 기본적으로 풍자이며 해학이다. 상민들이 실제로는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왕을 모독하는 탈춤을 즐겼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앞의 혐오와 뒤의 혐오가 똑같다고 보는 것은 표면적으로만 정확한 지적일 뿐 실체에는 무지한 표현이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왜 우리가 계도하고 제재해야 할 ‘혐오 표현’을 그렇게 좁게 정의해야 하는가? 왜 더 넓게 정의해서 더욱 언어적으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면 안되는가? 왜 혐오 표현에 호응할 차별적인 사회구조가 없으면 그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혐오는 우리의 소중한 자유이다. 악행에 분노하고 억압을 혐오하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자유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혐오만큼 사랑이나 행복보다 훨씬 더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줘 왔다. 그게 싫은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미안하지만 지금 그 얘길 하기에는 이미 수십만년 정도 늦었다.

혐오는 개인들의 건강을 위해, 사회정의를 위해 너무나도 중요한 감정이다. 혐오 표현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UDHR)에 “차별의 선동”으로 정확히 정의되어 있다. 왜 그렇게 좁게 정의했는가? 바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2mb18noma’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Fuck the Draft’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효순이와 미선이를 깔아뭉갠 장갑차를 보고 ‘Fucking USA’라고 부르짖을 수 있는 자유를 생각해보자. 메갈리아로 여성운동은 백배 강해졌다. 이제 눈치들 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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