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출 국제비영리단체들은 왜 ‘거리회원모집’에 올인할까

2016.08.06 19:07 입력 2016.08.08 13:17 수정

지난해 한국지부가 설립된 글로벌 구호단체인 컨선월드와이드 관계자들이 4일 거리회원 모집활동을 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해 한국지부가 설립된 글로벌 구호단체인 컨선월드와이드 관계자들이 4일 거리회원 모집활동을 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그린피스, WWF, 컨선월드와이드… 국제단체들 해외지원금 ‘0원’의 미스터리

주부 김민정씨(48·경기도 파주)는 8월 초, 자녀 이름으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후원회원이 되었다. 책을 사러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남는 경험이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뭔가 허술하다는 느낌이랄까요. 파일에 들어 있는 팸플릿을 보여주면서 후원을 권유하는데, ‘그린피스에서 나온 게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면서도 목에 걸고 있던 신분증을 살짝 돌려 뒷면으로 가리던데요.”

아닌 게 아니라 길거리 후원회원 모집과 모금이 부쩍 늘었다. 그린피스만이 아니다. 엠네스티, 옥스팜, 국경 없는 의사회, 유엔난민기구…. 도처에서 국제단체들의 길거리 회원모집 활동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경향신문>의 관련 보도가 있었다. 국제NGO단체들이 후원회원 모집에 마케팅 업체를 동원한다는 것이다. 보도는 한 마케팅 업체를 다녔던 직원의 ‘폭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후원회원 1명을 모집하면 그 회원이 약정한 1회 후원금인 ‘단위 후원금’(2만5000~10만원)의 4배가량을 회사가 가져가고, 직원들은 2배가량을 급여로 가져간다. 직원 1명이 일주일에 10명의 후원을 따내면 한 달 2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 이것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이들을 그냥 자원봉사자로만 생각할 것이다.” 기사는 심지어 이 마케팅 회사의 경우 “직원은 아래에 팀원을 둘 수 있고, 이들이 특정 금액 이상의 후원금을 따내면 팀장도 추가 수당을 받는” 다단계식 마케팅 방식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가 나온 지 19개월이 지났다. 지금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을까.

다단계 흉내낸 ‘에이전시’까지 등장

4일 오후, 거리에 나가 확인해봤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거리 회원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컨선 월드와이드 한국지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기자는 기자의 신분 및 취재 목적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신은 “에이전시(대행사) 소속이 아니며, 컨선 월드와이드의 개발부서 소속 직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개발부서가 거리모금 캠페인을 전담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캠페인이 에이전시와 함께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후원회원을 모집하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에이전시 측에 지급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실제로 예산이나 집행되는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는 “자세한 사항은 제가 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의 27개 극빈국가에서 긴급구호, 교육, 건강, 생계지원 등의 활동을 벌이는 컨선 월드와이드는 196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창립된 유서 깊은 국제구호단체다. 한국지부는 지난해 7월 설립되었다. 지부 관계자가 언급한 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재정항목에 이 단체의 활동이 정리되어 있다. 지난해 수입총계는 1억8221만1000 유로이고, 그 중 개인기부금 가운데 모금으로 모은 돈은 4126만3000 유로였다. 다시 지출총계는 17억7721만3000 유로였는데, 이 중 구호나 개발에 사용된 돈은 1억6088만1000 유로였다. 그런데 이 재정 항목은 한국지부의 실적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 유럽 등에 있는 각 지부를 포함한 국제적 활동내역이다. 실제 한국의 활동 관련 수치는 어떨까.

이 내용은 역시 단체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려놓은 감사보고서나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결산서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련 항목을 통해 지난해 8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4억4033만9550원을 기부받아 ‘국내사업’에 총 2억6546만7226원을 지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조직 차원의 ‘투자금’은 5억원이라고 서류에는 적혀 있다. 공시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외사업으로 지출된 비용은 0원이었다. 그러니까, 앞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재정항목 중 한국의 지부에서 지출된 돈은 0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막 설립된 지부이기 때문에 초기 정비과정의 문제로 볼 수있다. 그렇다면 앞서 주부 김씨가 경험한 그린피스의 경우는? <주간경향>은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의 활동과 거리모금과 관련해 총 6개 항목의 질의를 그린피스 측에 보냈다. 메일로 보내온 답신에는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애뉴얼리포트’(이하 ‘리포트’)의 링크를 제시하는 것으로 각 항목의 답변을 대신했다. 그린피스의 경우 특이한 점은 한국지부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대만 등과 함께 ‘동아시아 지부’의 형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의 총 후원자 수는 10만3380명인데, 한국 후원자는 2만1989명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27개 그린피스 지부 중 후원자 수는 11위, 2014년 대비 후원금 증가율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후원금 총 수입내역이나 지출내역 등에서 한국 집계는 역시 따로 나와 있지 않다. 캠페인별 세부 지출비용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단일 프로젝트로 진행한 것은 ‘기후에너지 분야’의 신고리원전 5·6기 추가건설 반대,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IT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한 ‘딴거하자’ 캠페인 등에 5억1241만7368원을 썼다고만 뭉뚱그려져 있을 뿐이다. 다른 캠페인 부분, 예를 들어 독성물질 제거 캠페인으로 분류되어 있는 ‘디톡스 아웃도어’ 캠페인 등은 동아시아 지부 전체로 표기되어 있다. 즉 그 중 한국지부가 낸 것이 얼마이고, 대만이나 중국지부가 낸 것이 얼마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국제구호단체들 국외지원 0원, 왜?
그린피스 역시 국세청 결산보고서를 통해 연간 활동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지난 회기 때 1억4391만5219원으로 잡혔던 국외사업이 이번 회기에는 0원이라는 것이다. 앞서 김씨에게 설명한 ‘지구환경 위기 대응’이라는 기부 목적은 대부분 국내활동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더. 지난해 국외사업의 ‘고유목적사업 운영’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일랜드의 페이스북이 지급처로 되어 있다. 한국에서 거둬들인 돈의 국외지출은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 페이스북 광고용으로 지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산보고서와 거리 모금활동에 대한 <주간경향> 질의에 대해 그린피스 측이 보내온 2015년 애뉴얼 리포트 중 수입내역. 하지만 이 수입내역은 한국지부의 것이 아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부의 것이다. /그린피스

결산보고서와 거리 모금활동에 대한 <주간경향> 질의에 대해 그린피스 측이 보내온 2015년 애뉴얼 리포트 중 수입내역. 하지만 이 수입내역은 한국지부의 것이 아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부의 것이다. /그린피스

국제NGO·NPO 단체들의 한국 진출 현황을 보면 특이한 점은 2012년 이후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인상적인 점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러시 시기와 상당히 중복된다는 것이다. 설립 초기에 약 5억원 내외의 ‘시드머니’로 시작되는 것도 인상적이다. “사실 해외단체들의 한국 진출은 한국을 마켓(market·시장)으로 생각해 들어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환경영역에서 기존의 환경단체들은 이들 글로벌 단체가 국내 환경이슈에 연대하지 않고 자신만의 사업을 가지고 진출하는 걸 우려한다. 결국 NGO도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돈을 풀어서 돈을 거둬가는 방식이 아니냐, 이런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국내의 대표적인 시민단체 지원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게 더 물어봤다. “길거리 모금하는 단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국제단체들, 그것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단체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제단체들이 아니라 전문적인 에이전시들이다. 기존에 비슷한 일을 해오던 국내단체들도 있는데, 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전문 에이전시를 고용하는 것이 비싸기 때문이다. 전문 에이전시들은 보통 석 달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그 비용이 수천만원대로 알고 있다. 그래도 그린피스 같은 단체들은 국내 환경단체들과 교류도 하고 토론회 같은 걸 하면 나온다. 하지만 WWF(세계자연기금)와 같은 곳은 (한국 시민사회와) 전혀 교류가 없다.”

7월 29일, ‘국제구호 개발기구’ 옥스팜 한국지부의 결산서류가 국세청 공시시스템에 등록되었다. 2014년 4월에 한국에 들어왔으니 두 번째 결산이다. 옥스팜은 결산 기간 중 한국에서 얼마의 기부금을 받았을까. 서류에 따르면 기부금 총액은 69억374만1623원이다. 이 중 ‘기부금법’에 의한 모금액은 9399만1004원이고, 개인기부금은 17억8947만3596원이다. 고유목적사업 수입 중 회원 수입은 0원이고, 기타 수입이 5478만여원으로 잡혀 있는 것도 눈에 띈다.

특이한 것은 기부금 지출명세서 상 국내사업으로 잡혀 있는 50억6542만5174원의 사용내역이다. 전체가 ‘모금캠페인사업/후원서비스 준비비 및 운영’으로 되어 있다. 네팔, 시리아 긴급구호 등 국외사업에 쓰인 돈은 19억8845만5000원이라고 서류상에는 적혀 있다.

앞서 기부금법에 의한 모금과 개인기부금을 합치면 18억8346만4600원이 된다. 그렇다면 국내사업비로 잡힌 50여억원의 돈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앞서 기부금 항목을 보면 모금단체, 재단의 지원금 항목에 약 49억1429만원이 잡혀 있다. 다시 말해 이런 논리가 성립한다. “거리모금 및 후원회원 모집을 통해 기부를 받은 돈 약 19억은 거의 100%가 국외의 긴급구호 자금으로 집행되었고, 거기에 들어간 비용 약 50억원은 영국에 자리잡은 본부에서 지급했다.” 이것은 사실일까. <주간경향>은 김경율 회계사와 함께 옥스팜 코리아와 국경 없는 의사회 한국지부 등의 결산서류를 검토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모인 돈보다 돈을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큰, 말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이상한 결산보고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계사로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회계분식 분석작업 등에 참여했던 김 회계사는 “실제 감사보고서도 있지만 외국에서 어떻게 집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감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렇게 썼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배보다 배꼽이 큰 이상한 결산보고서”

“공개되지 않았을 뿐 실상은 폭탄에 가깝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는 앞의 지원재단 핵심 관계자와 거의 비슷한 말을 했다. “국제단체 사람들이 한국을 ATM 머신, 돈 뽑는 기계, 컨슈머 시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뇌관이라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누구나 다 알지만 쉬쉬하고 있는 문제다.” 안 소장에 따르면 2013년 미국에서 일어난 스캔들의 판박이라는 것이다. 스캔들이란 미국의 <탬파베이타임스>라는 매체와 CNN이 공동으로 비영리단체의 모금 중 몇 %가 실제 수혜자에게 전달되는지를 체크한 결과 미국의 대표적인 유명 모금단체가 약 5%만 수혜자에게 건네고 95%는 모금대행업체 사업용역비, 전문모금가의 뒷돈 등으로 사용한 것을 말한다. 이 매체는 기부금을 가장 많이 전용한 미국 비영리단체들의 블랙리스트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비케이 안, <나눔이 준 판도라의 상자>, 164쪽 참고) 안 소장은 국제 비영리단체들의 한국 진출 러시를 명품회사들의 한국 진출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쯤 한국의 모금시장을 분석하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실제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에 사무실을 만든 단체만 하더라도 20~30개는 된다. 사실, 한국이 만만한 시장은 아닌데 얕잡아 보고 있는 면이 있다. 물론 한국의 법망이 퍼펙트한 것은 아니지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왜 글로벌 단체들이 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주목했는가’의 문제에 대해 이재현 NPO스쿨 대표는 “모금영역에서 한국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시아 중 특히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경기침체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제친다. 중국은 폐쇄성이 강하다. 일단 서양에서 직수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한국은 일종의 테스트베드다. 한국에서 테스트해 보고 성공한 모델은 중국과 같은 인접 나라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한류 붐도 있기 때문에 ‘한국형 모델’을 가져다 쓰는 것은 사전비용이 상당히 줄어든다. 한국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글로벌 IT기업이 왜 한국에서 ‘유한회사’를 세우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유사하다.(<주간경향> 1159호, ‘글로벌 IT기업 코리아 유한회사의 미스터리’ 참조)

이재현 대표는 거리회원 모금 모델이 ‘모금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결국 어떤 사람을 후원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 단체의 가치나 미션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인데, 거리에서 만난 짧은 5분 사이의 대화에서 그 가치나 미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건 ‘(단체의 활동에 대해) TV에서 보셨죠?’라고 말을 건넨다든가, 아프리카에서 굶주린 아이들 사진과 같은 자극적인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 인지도나 흥미, 개인의 관심사나 충동에 기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모금의 본질’에 맞는 모금이나 회원모집이란 어떤 것일가. “‘적어도 그 단체의 활동을 통해 바꾸려는 문제는 뭐냐,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필요하며, 돈이 투입된다면 어떻게 투입되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또 그 성과는 어떻게 측정해 보여줘야 하나’가 차근차근 설명되어야 한다. 국제단체들의 결산서류도 마찬가지다. 결산서류가 보여주는 것은 행정적인 것인데,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활동이 불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에 결산서류나 감사보고서 같은 것을 올려놓고 우리가 공개할 것은 다했다는 식이 과연 옳은 것일까. 모금의 윤리를 거론할 때 ‘윤리’는 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최근 한국에 들어온 글로벌 단체들의 활동이 국내 시민사회에도 일정 정도 자극이 된 것은 사실이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현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정선애 센터장의 말이다. “그린피스가 2013년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놀랐다. 한국의 경우 단체가 만들어지면 사업할 사람을 먼저 뽑는데, 그 사람들은 모금 캠페이너를 먼저 뽑았다. 글로벌 콘텐츠가 있으니 아무래도 가능한 일이다. 기존에 환경연합이나 녹색연합처럼 한국에도 대형 환경단체들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회원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곳은 없었다.”

길거리 모금, 왜 레드오션 됐나

처음의 문제제기로 돌아가자. 최근 3~4년 사이에 한국에 대거 진출한 글로벌 NPO단체들은 왜 에이전시를 통한 길거리캠페인에 의존하는 것일까. ‘압도적으로 우월한 자본력’ 때문만일까.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영역이 레드오션이 된 것이 맞다. 상당히 거칠어졌다. 이 모델을 지속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영우 도움과나눔 대표의 말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도움과나눔은 사실 글로벌 단체의 한국 진출 이전, 길거리 회원모집-모금모델(F2F, Face to Face)을 개척해 왔다. 글로벌 단체들의 한국 진출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에이전시들이 난립했다. 앞서 <경향신문>이 보도한 다단계식 영업모델이 파고든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한 비영리단체 전문 모금 에이전시 대표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거리 캠페인에 나갔다가 한 외국계 에이전시 회사 사람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쪽 직원이 이쪽 회사로 넘어오지 않겠느냐고 물어 농으로 ‘한 1억~2억 주면 생각해보겠다’고 답하니 이렇게 답을 하더라. ‘아니, 사장님 왜 그렇게 작게 보세요. 꿈을 크게 가지셔야지’. 사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받길래….” 거리모금 캠페인 난립에는 F2F를 전문으로 하던 외국계 글로벌 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원래 보험 등 영업세일즈를 전문으로 하던 이 회사가 NGO 영역을 파고들면서 벌어지는 난맥상이라는 것이다.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TV광고를 하면서 광고를 통해 얻어지는 기부금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데 비해, F2F는 어찌됐든 수치가 나오기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단체들이 상업적 세일즈에 익숙한 전문 에이전시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게 최근 ‘거리모금이 레드오션이 된 이유’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실 단체가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가치를 전하는 것이 모금에이전시의 제일 큰 미션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노력해 왔다.” 역시 거리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이태호 임팩트워커스 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는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정직원이 F2F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결산보고서 내역과 거리모금에 대한 <주간경향>의 질의에 대해 옥스팜 코리아 측은 “모금되는 후원금의 100%는 영국 본부로 보내며, 다시 94개국의 활동가들에게 보내진다”며 “재단 지원금으로 명시된 금액은 옥스팜 영국 본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이며, 이는 옥스팜 영국 본부 전체 지출액 중 기금모금 항목에 해당하는 8%의 일부”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그린피스 측은 답변 메일에 대한 재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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