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kg넘으세요?" "28살이면 여자나이론"…올림픽 중계‘망언’ 남발

2016.08.08 11:49 입력 2016.08.08 16:43 수정

2016 리우 올림픽이 6일 막을 올린 가운데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중계진의 도 넘은 성차별적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 선수의 경기력과 관련 없는 외모 평가를 하거나 발언 자체가 성차별적 성향을 띤 것도 다수 발견됐다.

지난 6일 SBS 중계에선 여자 유도 48kg급 16강 해설 중 우리나라 정보경 선수의 상대인 베트남 반 응옥 투 선수를 소개하며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론 많은 거거든요”라고 선수의 나이를 지적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7일 작성되기 시작한 ‘2016 리우 올림픽 중계진 성차별 발언’을 모은 아카이브 구글 스프레드 시트 /사진:인터넷 화면 캡쳐

지난 7일 작성되기 시작한 ‘2016 리우 올림픽 중계진 성차별 발언’을 모은 아카이브 구글 스프레드 시트 /사진:인터넷 화면 캡쳐

같은 날 여자 유도 48kg급 8강 경기에서 한국 선수와 맞붙은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루는 선수”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인 KBS의 중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을 모은 아카이브에 따르면 지난 6일 KBS 중계진은 여자 펜싱 에페 8강 경기에서 최인정, 이탈리아 피아밍고 선수를 보며 각각 “저렇게 웃으니 미인대회 같네요” “서양의 양갓집 규수의 조건을 갖춘 것 같은 선수네요”라는 등 실력 외의 요소를 평가하는 듯한 코멘트를 했다. 특히 최 해설자는 이날 같은 경기에서 “여성 선수가 철로 된 장비를 다루는 것을 보니 인상적이네요”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에게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이다.

같은날 치뤄진 여자 유도 48kg급 경기 중간 토크 중 남자 아나운서는 여자 아나운서에게 “정○○ 아나운서는 48kg 이상급인가요 이하급인가요?”라고 체중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남자 아나운서는 “정○○ 아나운서는 분명 48kg 이상일텐데, 정보경 선수가 48kg 이하급”이라며 “정보경 선수도 실제로 보면 굉장히 ‘가녀린 소녀’일 것 같은데…”라고 덧붙였다.

KBS는 7일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B조 1경기에서 경기 도입부 소개 말로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라는 중계를 내보내기도 했고, 8일 수영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경기에선 1위를 차지한 13세 네팔 선수에게 “박수 받을 만 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라는 외모를 평가하는 중계를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카이브 제작자인 트위터 유저 ‘주단(@J00_D4N)’은 지난 7일 “중계진의 부적절한 발언을 직접 들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며 해당 시트를 올렸고 현재 해당 글은 올라온지 18시간만에 트위터상에서 3000여회 리트윗되며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이어 해당 아카이브 제작자 등은 8일부터 22일까지 리우 올림픽 기간 중 이와 같은 성차별 내용이 포함된 중계 내용을 날짜, 경기, 발언자, 발언내용 등으로 묶어 지속적으로 문서화하는 공동 작업을 진행해 차후 각 방송사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할 계획이다.

성차별 발언 논란이 일자 네이버 TV캐스트 등에 올라온 중계 영상 일부가 삭제된 상황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여자 청소년 축구 경기를 중계할 때도 ‘소녀같은’ 등의 수식어를 써 여성성을 강조한다거나, 이신바예바 선수를 ‘미녀새’ ‘테니스 여신’ 등의 외모 평가 별칭으로 부른다거나 하는 내용은 스포츠의 오래된 관행”이라며 “스포츠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훈련해온 과정, 실력을 증명하는 것인데 남자 선수는 ‘선수’로 바라보면서 여자 선수는 ‘여자’로 봐온 것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 중계의 성차별 발언은) 과거에도 계속돼온 관행이지만 대중들이 직접 나서서 주체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실제 사례들이 모이며 ‘이것이 문제다’라고 지적, 바꿔가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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