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도 되는데…” 전국 34곳 케이블카 추진

2016.08.23 06:00

“설악산도 되는데…” 전국 34곳 케이블카 추진

지난해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해 비상식적인 허가를 내준 것이 전국 지자체들에는 일종의 신호탄이 된 것일까.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전국 지자체들이 토지수용, 국립공원 규제 일괄 해제 등 현행 자연보호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막무가내 요구안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환경보호 인식이 높아지면서 있는 케이블카도 없애는 추세인데 반해 한국은 ‘케이블카의 나라’가 되어갈 판국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케이블카 추진 관련 지자체 애로사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은 모두 34곳에 달한다.

이는 문체부가 지난 5월3~13일 전국 17개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케이블카 설치계획과 규제완화 관련 요구사항을 취합한 결과이다. 전체 34개 중 기본구상 또는 계획단계인 곳이 28곳, 인허가 완료가 2곳, 공사 중인 곳은 4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환경보전 가치가 높은 국립공원은 물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국가가 보호해야 할 생태경관보전지역까지 포함돼 있었다. 원주시 치악산, 단양군 소백산, 보은군 속리산, 남원시 및 산청·함양군의 지리산, 사천시의 한려해상, 영주시의 소백산, 영암군의 월출산 등 10곳의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울진군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왕피천에도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밖에 도립·군립공원 4곳도 포함돼 있다.

지자체들은 케이블카 사업 통과를 위해 백두대간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의 규제를 전부 해제해 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팔공산 케이블카를 추진 중인 대구시와 해상 케이블카를 밀어붙이고 있는 목포시는 사업 허가를 위해 토지수용이 가능하도록 법규를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토지수용은 사유재산권 침해요소가 커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특별히 허용된다. 지리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는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은 아예 국립공원지역,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명승 등에 대한 규제를 한꺼번에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법체계를 아예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울산, 강릉, 춘천 등은 백두대간보호법, 환경영향평가 가이드라인 등의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카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지자체들도 여럿 확인됐다. 송도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부산시는 국가 소유의 공유수면에 케이블카를 위한 해상 지주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문체부에 전달했다. 월미스카이웨이를 추진 중인 인천시는 해당 지역이 녹지지역이라 건폐율·용적률이 낮다며 상업시설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황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를 허가해 줄 때 예상됐던 대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도미노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개발 사업은 4대강 사업과 같이 반드시 예산낭비와 환경훼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