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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주 때 기립거부 미 NFL 쿼터백 콜린 캐퍼닉 “흑인 차별하는 나라 위해 일어서지 않겠다”

2016.08.28 17:32 입력 2016.08.28 17:45 수정

콜린 캐퍼닉.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홈페이지

콜린 캐퍼닉.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홈페이지

미식축구리그(NFL)의 명문구단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기립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ESPN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퍼닉은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경기장에서 열린 그린베이 패커스와 시범경기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상대팀은 물론 포티나이너스 선수 전체가 일어서는 데도 꿈쩍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캐퍼닉은 NFL 홈페이지에 “흑인과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를 향해 자부심을 표현하려고 일어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캐퍼닉은 이날 NFL과 인터뷰에서 “내겐 축구보다 중요한 일이며 이기적으로 내 일에 집착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비칠 것”이라면서 “거리에 시신들이 넘쳐나는데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는 휴가를 떠난다”고 말했다. 경찰이라고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흑인들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킨 경찰의 무력진압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이날 캐퍼닉의 행동은 구단과 합의되지 않은 돌발행동이었지만 구단은 그를 지지했다.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구단은 국가를 찬양하지만 그런 의식에 참여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고 밝혔다. 칩 켈리 감독도 “캐퍼닉에게 그러지 말라고 할 권리가 내게는 없다”며 캐퍼닉 편을 들었다.

브라이언 매카시 NFL 대변인은 국가 연주 때 기립해 예를 표하는 것은 “권장되긴 해도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말해 징계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NFL 자체가 인종차별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FL 경기위원회는 2014년 인종혐오 등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한 선수와 감독을 처벌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캐퍼닉은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에서 태어나 위스콘신주에 한 백인 가정의 막내로 입양돼 자랐다. 그는 이전부터 소셜미디어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인종차별에 반대해왔다. 2011년 포티나이너스에 입단해 2012년부터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2013년 팀을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로 이끌었지만 이후 선발로 뛰지 못했고 최근에는 어깨를 다쳐 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그의 저항이 20년 전 미 프로농구 덴버 너기츠의 마무드 압둘 라우프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라우프는 1996년 올랜도 매직스와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연주될 때 기립을 거부해 한 경기 출장금지를 당했다. 라우프는 이슬람교 교리에 위배된다며 기립 거부 의사를 밝혔다. 라우프는 이후 국가 연주 때마다 머리를 숙여 기도하는 등 타협점을 찾아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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