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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보육 - 아이를 함께 키우다

2016.09.04 22:51 입력 2016.09.08 09:48 수정

‘엄마는 강의 듣고 아이는 뛰놀고’ 교육·돌봄 동시에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로 14길 안평초교 1층 보건교육실에서 학부모들이 ‘부모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로 14길 안평초교 1층 보건교육실에서 학부모들이 ‘부모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사회양극화와 지역 내 갈등 등으로 내 집과 마을 사이에는 언제부턴가 높은 벽이 쌓여 있다. 그 담을 허물고 이웃과 공동체를 형성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소하거나 예방하려는 마을들이 늘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로 보육·안전·주거·건강·에너지·고독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서울시내 마을 6곳을 소개한다.

주말인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안평초등학교 1층 보건교육실. 학부모 23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들었다. 이날 교실은 ‘부모 인문학’이라는 보육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됐다. 장안동 보육교실은 부모들에게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다양한 교육정보를 제공하고자 5년째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서울시가 일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처음 수업에 참석한 학부모 인진규씨(44)는 “평소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되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오늘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강사로 나선 이권명희 여성사회교육원 교육이사(51)는 “부모 인문학 교실은 부모가 아이들의 발달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보건교육실 옆 학습도움실에서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풍선 놀이를 하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보건교육실 옆 학습도움실에서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풍선 놀이를 하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부모 인문학 교실은 장안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며, 초빙강사를 초청해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특히 부모교육과 자녀 돌봄교실이 동시에 이뤄져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이날 부모와 함께 온 15명의 아이들은 보건교육실 옆 학습도움실에서 2명의 보육교사와 함께 블록 쌓기, 풍선 불기 등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녀와 함께 온 박은숙씨(51)는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엄마들이 교육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며 “돌봄교실이 있어 아이를 위해 공부하고 싶었던 교육을 큰 불편 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 인문학 교실을 기획한 김정호씨(39)는 장안동의 ‘마을사업지기’다. 그는 2012년 첫째 아이가 5살 때 부모커뮤니티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도시 아이들에게 ‘마을이 고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로 진학하는 단계마다 마을공동체에서 맞춤형 돌봄 프로그램과 장소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안동 주민들은 현재 부모 인문학을 포함해 8개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보육과 관련돼 있다. 육아품앗이도 다른 도시마을과 비교해 체계적이다. 일부 프로그램은 서울시·서울시교육청의 예산 및 행정지원을 받지만 자체 예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을 공동자산인 학교와 문화센터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날 오후 장안1동 문화센터에서는 ‘춤바람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열렸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춤바람 커뮤니티는 서울문화재단에서 강사가 나와 아이들에게 춤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변수현양(6)은 “언니들이랑 춤추면서 함께 간식을 먹을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커뮤니티 댄스를 연습해 다음달 열릴 마을축제인 세계거리춤축제에 참가할 계획이다. 김씨는 “아이들 스스로 마을축제 무대의 주인공이자 마을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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