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안전-마을 안전 지킴이들

2016.09.07 22:39 입력 2016.09.07 22:55 수정

음침한 골목에 벽화·전등상자…‘안심 마을’로

서울시 안전마을 시범대상지인 동대문구 회기동 102·103번지 일대 ‘안녕마을’ 골목에 벽화와 전등상자, 주민 게시판 등이 설치돼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서울시 안전마을 시범대상지인 동대문구 회기동 102·103번지 일대 ‘안녕마을’ 골목에 벽화와 전등상자, 주민 게시판 등이 설치돼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102·103번지 일대는 ‘안녕마을’이라 불린다. 길이 200m, 폭 2m 안팎의 골목을 따라 저층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이 모여 200여가구가 사는 마을을 이룬다. ‘안녕마을’이 된 것은 2013년 9월 서울시 안전마을 조성 시범사업의 대상지였기 때문이다. 그해 동대문구 보건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14명 중 82명(38.2%)이 “동네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할 만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았던 동네였다. 서울시·동대문구가 예산 및 행정지원을 하고, 주민 30여명이 ‘안전두드림’이란 모임을 만들어 나서면서 마을은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안녕마을’을 찾았다. ‘안전두드림’의 대표 김상규씨(60)를 만나 마을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안녕마을’을 만드는 데 당시 자율방범대장이었던 김씨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곳에서 30여년 거주한 김씨는 “건물들이 낡은 데다 특히 절도 사건이 자주 일어나서 주민들이 골목길을 마음 놓고 다니지 못했다”면서 “마을을 안전하게 만들자는 주민들의 뜻이 모였다”고 했다. 주민들은 인문학 강의, 친환경 수세미 만들기, 모과차 만들기 등을 통해 만나면서 마을 가꾸기에 동참했다. 2014년 한 해 사업을 위한 주민 모임만 70회나 됐다.

마을 초입 회기파출소를 지나 눈에 들어온 골목길 담벼락은 하늘색 바탕의 벽화로 칠해져 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계단도 색색이 페인트로 단장을 했다. 마을에는 범죄예방 건축디자인(CPTED·셉테드)이 적용됐다. 눈에 띄는 것은 밤이면 불이 들어온다는 ‘안녕상자’였다. 주민들이 건의사항 등을 ‘안녕상자’에 넣으면 자율방범대가 순찰을 돌면서 꺼내서 확인한다고 했다. 골목엔 폐쇄회로(CC)TV와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전거울이 설치돼 있었다. 이날 골목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63)는 “예전에는 무서워서 골목길로 다니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늑하고 안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녕마을’은 대구시·수원시 장안구 등에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해는 회기파출소 맞은편 골목까지 사업이 확장됐다. 하지만 ‘안녕마을’의 고민은 계속된다. 겨울철 제설을 위해 뿌린 염화칼슘에 벽화나 계단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골목길에 놓인 화분 몇 개는 방치돼 있었다. 김씨는 “안전마을은 한 번 조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관리와 보수가 필요하다”면서 “안전두드림에서 주 1회 회의를 하면서 마을 안전문제에 관한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내년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해 마을 재정비에 나선다. 앞으로 이를 위한 주민 회의가 수시로 열릴 예정이다. 주민들은 기존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는 묘안도 고민 중이다. 김씨는 “벗겨지는 페인트 대신 조각난 타일을 붙이는 방식으로 벽화 작업을 하고, 손이 많이 가는 화분 대신 덩굴장미를 심어 골목길을 관리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올 상반기 중단됐던 모과차 만들기 등 주민 소통 프로그램도 조만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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