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 스님 “종교, 타락할수록 군림하려 들어…양심 지키는 마음의 평화가 행복”

2016.09.08 21:42 입력 2016.09.09 12:32 수정

다람살라서 30여년째 수행·봉사

인도 다람살라에서 수행하고 있는 청전 스님(왼쪽)이 “인생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롭상 왕뒤 티베트 스님과 함께 앉아 있다.  청전 스님 제공

인도 다람살라에서 수행하고 있는 청전 스님(왼쪽)이 “인생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롭상 왕뒤 티베트 스님과 함께 앉아 있다. 청전 스님 제공

“이 세상 필름을 몽땅 가져와서 나를 찍는다고 (진정한) 나를 찍을 수 있어요? 그게 나인가요?”

청전 스님(63)은 꼬장꼬장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걸어오며 포즈를 취해달라’는 부탁에 손사래를 쳤다. “연출은 싫어요.”

인도 다람살라에서 30여년 수행하고 있는 청전 스님을 지난 1일 현지에서 만났다. 스님은 라다크 등 히말라야 오지를 다니며 의약품 보급 등 빈민구제활동을 펼친 공적으로 지난해 고 신영복 선생 등과 함께 만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척박한 히말라야 땅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 등의 저서로 국내 독자와도 친근하다.

다람살라는 달라이 라마 등을 비롯한 승려와 난민들이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망명해 살고 있는 곳이다. 스님은 통역과 저서 인세수입, 보시 받은 돈 등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히말라야 사람들은 스님을 ‘라다크 산타’로 부른다. “정치가나 수행자에게는 사람(민중)이 바로 부처님이고 하느님이어야 한다”는 그는 힘없는 사람들에겐 한없이 부드럽지만 종교계 지도자, 돈과 권력을 갖고 군림하는 이들에겐 거침없이 일갈한다.

“지금 한국사회가 큰 위기잖아요. 특히 법조계와 종교계가 뿌리째 썩었어요. 언론도 그렇고. 어디든 새순이 보여야 희망을 품는데…. 이런 때일수록 성직자들이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바른 삶은 맑고 가난하게 살면 돼요. 청정과 청빈. 종교는 타락할수록 (신도들에게) 군림하려고 들죠. 종교인은 원래 봉사하는 자리인데….”

청전 스님은 이곳에서 달라이 라마 다음으로 영향받은 이들로 게쉬 타시 왕걀(87), 롭상 왕뒤(82) 티베트 스님을 꼽는다. “청정하게 잘 살아오신 분들로 제 인생의 마지막 모델이기도 해요. 롭상 왕뒤 스님은 16년간 옥고를 치렀죠. 모진 고문을 겪으면서도 ‘나를 때리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는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납디다. 감명받은 간수들이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을 위해 채식을 만들어 드릴 정도였죠. ‘자라 콧구멍만 한’ 움막에서 지금도 수행하고 계십니다.”

“유창하진 않지만” 7개국어를 하는 청전 스님은 오랜 수행과 봉사로 해외 언론에 소개돼 세계 곳곳에서 초청받아 강연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이들과 만날 때 빼놓지 않는 말은 두 가지다. “시간을 아끼고 책을 읽어라.”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 등 여러 문제로 불안하고 많이 힘들지요. 방황은 젊은 시절 인격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자세,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해요. 봄에 파종 없이 가을에 추수할 수는 없으니까.”

전북 김제 출신인 스님은 1972년 전주교대 재학 당시 유신체제에 항거하다 구속된 후 자퇴했다. 사제가 되려고 대건신학대에 입학했으나 구산 스님과 인연이 닿아 송광사에서 출가했다. 교사가 꿈이었던 청년은 불운한 시대를 지나며 승려가 돼 먼 이국에서 구도자의 삶을 살아왔다. 불행을 말하는 시대, 행복한 삶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요즘 행복은 다른 사람의 눈에 멋져보이는 ‘밖의 치장’이 잣대이더군요. 어리석은 욕망을 행복으로 압니다. 진정한 행복은 마음의 평화예요. 착하게 살면 됩니다. 세상이 타락했더라도 끝까지 양심을 지키면 됩니다. 바른 동기가 없는 삶엔 행복이 이어지지 않아요.”

청전 스님은 11월 두 티베트 스님과 함께 방한할 계획이다. “꿈에 그리는 비행기도 태워드리고, 세상 마치기 전 소풍시켜드릴” 요량이다. 한국 불자들과 법문을 통한 만남의 자리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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