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주거-‘동행(同幸)’하는 주민

2016.09.11 23:07 입력 2016.09.12 11:21 수정

아파트 주민, 장애인과 가구 제작 ‘아름다운 동행’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아파트 ‘동행공방’에서 아파트 주민들과 발달장애인들이 버려진 가구를 수리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아파트 ‘동행공방’에서 아파트 주민들과 발달장애인들이 버려진 가구를 수리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아파트 107동 지하주차장 한쪽에는 50㎡ 넓이의 ‘동행공방’이 있다. ‘동행(同幸)’은 아파트 단지 15개동 1253가구를 포함한 모든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하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동행공방은 주민들이 모여 DIY(Do-It-Yourself) 가구를 함께 만드는 공동체다. 이곳은 주민들이 단지에서 버려지는 가구를 해체하고 재조립해 필요한 가구를 만들면서, 대화를 나누고 힘을 합치는 사랑방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31일 오전에 찾아간 공방 입구에는 버려진 목조가구들이 쌓여 있었다. 공방 안으로 들어서자 흰색 방진마스크를 쓴 행복플러스발달장애인센터에서 온 20~30대 장애인 12명이 헌 가구를 손질하고 있었다. 책상 몸통과 다리를 잇는 부분에 나무망치로 나무못을 박고, 완성된 목조제품에 사포질과 니스칠을 했다. 이날 참가한 문채이씨(22)는 “재밌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이들의 작업을 돕는 4명의 강사들은 동행공방에서 가구 제작 노하우를 배운 주민들이다. 지난해 8월 시작한 공방 1기가 주민 중심이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2기는 지역 장애인들이 함께한다는 점이 차이다.

공방 대표이자 아파트입주자 대표인 안덕준씨(55)는 “장애인들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상생하자는 취지”라며 “문화, 의식, 세대 차이로 단절된 주민들이 함께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탄생한 가구는 필요한 주민이 재활용하거나 일부는 성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한다.

아파트에서는 동행공방 외에도 공동체 활성화 사업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공방에서는 외국생활을 한 주민들이 진행하는 어린이 대상 영어 스토리텔링 수업이 열린다. 부녀회는 수시로 단지를 청소하고, 산악회, 게이트볼회, 노인회, 스포츠댄스모임도 있다. 안씨는 “모든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취미 교실을 운영해 주민 소통과 화합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아에코빌아파트는 지난해 4월 관리규약을 개정해 이른바 ‘동행계약서’를 만들었다. 아파트와 관련한 모든 계약서 내용에 ‘갑을(甲乙)’ 표현 대신 ‘동행(同幸)’을 사용해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가겠다는 ‘개념의 전환’이었다.

성북구청이 이를 다른 아파트에도 확산시켜 지금은 관내 많은 아파트가 동행계약서를 채택하고 있다. 서성학 아파트관리소장(40)은 “보통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편갈라 싸우는 게 비일비재하다”며 “동행공방에서의 소통이 주민들 사이의 신뢰로 이어져 시골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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