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업체, 소음 없다더니…500m 거리인데 잠 못 잔다”

2016.10.09 21:57 입력 2016.10.09 22:02 수정

여수 첫 풍력발전기 시험가동 두 달간 4개 마을 큰 고통

“500m 넘으면 민원 못해” 거짓말…여수시는 갈등 방치

여수시 돌산읍 대율마을 주민들이 뒷산 꼭데기에 시험가동중인 여수지역 첫 풍력발전소를 가리키며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여수시 돌산읍 대율마을 주민들이 뒷산 꼭데기에 시험가동중인 여수지역 첫 풍력발전소를 가리키며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찾아간 전남 여수시 돌산읍 대율마을. 바람 한 점 없는 날인데도 200여m 높이 뒷산 능선에서는 풍력발전기 2대의 날개가 “휑” “휑”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이들 풍력발전기에서 500~900m 거리엔 4개 마을 주민 851명이 살고 있다. 때마침 버스정류장 옆에 머물다 바닷일을 나가던 60~70대 남녀 6명이 산꼭대기 풍력발전기를 쳐다보며 울분을 토해냈다. 한 주민이 “저 괴물이 없어지든지, 내가 없어지든지 해야겠다”고 말문을 열자 저마다 그동안 참아온 고통을 털어놨다.

5년 전 서울에서 귀촌한 황모씨(71)는 “저 큰 날개가 7월부터 돌았는데, 내내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 슈퍼마켓 주인 이모씨(68)는 “수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졌는데 또다시 증세가 도졌다”면서 “힘없는 시골 사람들이라 해서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대율마을에서 800m 거리인 소율마을 주민들도 불면증과 두통,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마을 김영일 어촌계장은 “동네가 항아리처럼 생겨 똑같은 소음이라도 오랫동안 퍼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 김길례씨(74)는 “경고등이 밤새 1초 사이로 번쩍거리고, 날개 그림자가 방 안까지 그대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곳 풍력발전소(3.05㎿)는 지난 4월 착공한 지 두 달 만에 완공된 후 6개월간 시험가동을 시작했다.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에선 처음 들어선 풍력발전소다. 작금마을 서모씨(68)는 “완공 후 겨우 이뤄진 주민설명회에서 업체 대표가 ‘신기술 시설이어서 소음 공해가 없고, 만약 소음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그냥 지켜봤다”며 “이제 와서 보니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업체 대표가 발전소에서 500m 이상 떨어진 마을에선 어떤 민원도 낼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강조해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주종철씨(62)는 “중앙부처에 문의한 결과 이런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며칠 전 알게 됐다”면서 “처음부터 주민들을 속이고 시작한 일인 만큼 가동되지 않도록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감독관청인 여수시와 환경단체들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모씨(66)는 “분명히 소음 공해와 주민 건강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여수시에선 법대로 허가를 했다는 말만 하고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그 많던 환경단체들도 지역에 처음 등장한 풍력발전소 폐해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 김모씨는 “소음 기준치가 환경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다면 사업 중단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과 적극 대화해서 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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