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수산물 ‘규제’ 풀어라…미·일 손잡고 한국 압박

2016.10.26 06:00 입력 2016.10.26 06:01 수정

일본 제소한 WTO 분쟁서 한국의 수입 제한조치 놓고…미국 “방사능 증거 불명확”

일 수산물 ‘규제’ 풀어라…미·일 손잡고 한국 압박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엄격하게 제한됐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정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과 함께 수입규제를 풀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사실이 미 정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25일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과 미 무역대표부(USTR) 문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WTO 분쟁 구술변론에서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가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고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국은 2013년 임시특별조치를 내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제한했고 일본은 지난해 한국 정부의 조치가 WTO 규정 위반이라며 공식 제소했다.

구술변론에서 미국은 한국의 임시특별조치 중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기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요구한다’는 규정에 대해 “한국 정부의 조치가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고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 정부의 조치는 WTO가 규정한 임시특별조치”라며 한국 검역조건을 옹호한 유럽연합(EU)의 구술변론에도 미국이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문서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원전 사고 당시 어떤 방사성 핵종이 얼마나 누출됐는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건강을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TO는 주요 회원국들이 타국의 분쟁에 제3자로 참여해 의견을 내고 최종보고서 작성 시 이를 검토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분쟁에도 미국과 EU 등 9개국이 3자 참여국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WTO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의견을 패널단이 수용한다면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기준을 유지하고 있는 정부 조치는 해제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송기호 위원장은 “미국이 중재판정부의 질의에서 타국의 의견을 공박할 정도로 이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자국 수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여러 나라 중 한국을 골라 제소했는데, 한국이 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다른 국가들 역시 연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까지 나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6월까지 WTO 제소 절차를 모두 마무리짓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WTO 홈페이지에 따르면 패널 위원장은 당사국들이 상의한 바에 따라 내년 6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년 6월 안에 WTO 재판이 마무리될 경우, 일본 수산물 검역 조치를 유지하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자 참여국은 특별한 증거 없이 의견서만 제출하기 때문에 당사국들이 제출한 증거가 판정에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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