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평소 자주 언급하더니··· 광화문에 진짜 ‘단두대’ 등장

2016.10.30 16:42 입력 2016.10.30 17:03 수정
김형규 기자

지난 29일 오후 3시쯤 서울 광화문 사거리 한복판에 설치미술 작품으로 보이는 ‘단두대’가 등장했다. 단두대 뒤로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함께 멀리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  독자 제공

지난 29일 오후 3시쯤 서울 광화문 사거리 한복판에 설치미술 작품으로 보이는 ‘단두대’가 등장했다. 단두대 뒤로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함께 멀리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 독자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가 대통령의 옷차림과 연설문은 물론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하고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외교 관련 문건까지 훤히 들여다봤다는 ‘국정 농단’ 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민적 공분도 끓어오르고 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단두대’도 등장했다.

지난 29일 오후 4시쯤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횡단보도 가운데 교통섬에는 높이 약 4m가량의 단두대가 설치됐다. 나무로 제작된 단두대는 윗부분의 칼날 모양까지 쇠로 그럴듯하게 만든 모조품이었다. 아랫부분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설치미술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단두대는 도심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여분만에 경찰에 의해 철거됐다. 이날 서울 도심에선 2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단두대는 시위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전달하기 위해 누군가 제작해 광화문에 가져다놓은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단두대를 옮기는 경찰 . 사진 독자 제공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단두대를 옮기는 경찰 . 사진 독자 제공

단두대는 18세기 말 프랑스혁명 당시 고안된 사형 기계다. 죄수들의 고통을 줄이고 계급에 상관없는 ‘평등한’ 참수형을 실시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단두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혁명 후 혼란 속에서 당통, 로베스피에르 등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과 일반 죄수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단두대는 공포정치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한편 최순실씨가 영국 항공편을 이용해 극비 귀국한 30일 오전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67)는 기자들과 만나 “최씨는 이제 단두대 위에 올라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이고, 죄가 있다면 처벌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들을 모두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평소 단두대 발언을 즐겨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중순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길로틴’(guillotine·단두대)이라는 표현을 쓰며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이어 그달 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암 덩어리 같은 핵심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4차례나 단두대를 언급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단두대 표현을 두고 국가 원수가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단어라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등 각종 공식 발언에 손을 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단두대 같은 이례적 표현 역시 최씨의 의도가 개입된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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