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WSJ “박 대통령, 독재자 아버지 답습…한국은 대가 치를 것”

2016.11.01 15:47 입력 2016.11.01 22:43 수정

최순실 게이트 다룬 사설로 대 이은 정경유착 신랄 비판 “재벌개혁 실패에 국민 분노”

최순실 체포·성난 민심 등 해외 언론 잇달아 속보 전해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한국판 클린턴 스캔들’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최순실 게이트’ 소식을 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한국판 클린턴 스캔들’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최순실 게이트’ 소식을 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 아버지를 답습했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한국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자 사설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면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대를 이은 정경유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대통령 측근들이 비영리 재단에 기부를 하라고 기업을 압박해 그 대가를 챙기고, 민감한 정부 정보에 접근하면서 정책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나온다. 검찰은 부패 수사를 위해 정부와 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다”로 시작한다.

친기업·친공화당 성향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것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지율이 14%로 추락한 박 대통령에게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신문은 최순실 게이트를 ‘한국판 클린턴 스캔들’이라 불렀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문제를 지적하면서 “영세교를 이끄는 대통령의 40년 심복이자 절친한 친구인 최순실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고 했다.

신문은 한국 국민이 느끼는 분노의 근원을 재벌개혁 실패에서 찾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나, 취임 이후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의 힘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이 “1970년대 독재자였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태를 부활시켰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야당(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정부 비판 인사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굴착기 운전자가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했다”는 내용까지 보도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영국 가디언은 “굴착기 운전자가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했다”는 내용까지 보도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이 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dictator)’라고 못 박았다. 2012년 12월 대선 직전에 미 시사주간 타임은 박근혜 후보를 조명하면서 ‘스트롱맨(Strongman)의 딸’이란 제목을 썼다. 영어로 독재자를 가리키는 ‘스트롱맨’을 새누리당이 ‘강력한 지도자’로 번역한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타임이 이 표현을 ‘딕테이터’로 교체해 의도를 분명히 밝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박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재벌 총수 사면을 비판했으면서도 SK그룹 회장을 사면했다”면서 “금융 규제 당국도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삼성 창업주의 손자인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시켜주는 기업 합병을 승인해줬다”고 전했다.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에 힘입어 박 대통령이 뽑혔지만, 그는 아버지 통치의 어두운 측면을 청산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한 뒤 “한국은 대를 이은 윤리적 실책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해외 언론들도 ‘정치 스캔들의 핵심, 최순실 긴급체포’(뉴욕타임스), ‘한국 대통령의 친구 최순실 구치소행’(알자지라) 등을 속보로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한 40대 포클레인 운전자 소식까지 보도하며 ‘분노하는 민심’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