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0마리만 남은 치타…한때 세상에서 제일 빨랐던 동물 되나

2016.12.27 15:23 입력 2016.12.27 22:10 수정

서식지가 마을·농지와 겹쳐 먹잇감 줄고 사살되기 일쑤

아프리카서도 개체 수 급감…새끼 치타 밀매 급증도 영향

7100마리만 남은 치타…한때 세상에서 제일 빨랐던 동물 되나

달리기 명수, 치타. 초원을 달리며 사냥감을 쫓는 치타는 발빠른 육상동물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제는 숫자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AP통신 등은 26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된 영국 런던동물학회 보고서를 인용해 치타가 주요 서식지인 아프리카에서 개체수가 줄어 세계에 7100마리 정도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위기종 리스트에서 취약종으로 분류된 치타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거의 씨가 말라, 채 50마리도 안되는 야생 치타가 이란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보고서를 만든 사라 듀란트 선임연구원은 “치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에 실태를 파악하기가 더 어려웠다”면서 같은 이유로 멸종위기를 맞아도 방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타 서식지가 마을, 농지와 겹친 게 위기의 주원인이다. 야생 치타의 절반 이상이 나미비아, 보츠와나를 비롯한 사하라 이남 6개국에 서식하는데, 치타는 육식동물 중에서도 활동반경이 가장 넓은 종 중 하나다. 치타가 살아가려면 800㎢ 정도가 필요한데 사자 같은 맹수와 영역이 겹치지 않으려니 보호구역 바깥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치타의 77%가 보호구역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데, 보호구역 주변에 농지가 늘면서 서식지가 줄었다. 농민들은 가축을 해치는 치타가 보이면 사살해버린다. 서식지 주변 초식동물들이 감소하면서 먹잇감도 줄었다. 짐바브웨에서는 2000년 이후 치타 수가 1200마리에서 170마리로 급전직하했다.

새끼 치타 밀매가 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서는 치타가 애완동물로 인기다. 암시장에서 새끼 치타는 최고 1만달러에 팔린다. 보호단체 치타보존기금(CCF)에 따르면 10년 새 아프리카의 새끼 치타 1200마리 이상이 밀렵돼 해외로 빼돌려졌다. 이 중 85%는 좁은 나무상자에 갇혀 운반되는 과정에서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총회에서는 치타 암거래가 의제로 올랐다. 각국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치타 암거래를 단속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치타를 살리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암거래를 단속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호에 동참하도록 보상금을 주는 등 인센티브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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