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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버스' 타고 세종으로 간 예술인들 "조윤선 사퇴가 답이다"

2017.01.11 18:30 입력 2017.01.11 19:58 수정

“조윤선은 블랙리스트 3관왕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고, 집행했고, 파기했습니다. 범죄자가 현직 문화부 장관을 하고 있습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 캠핑촌으로 문화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완전 무장해야지. 추우면 지는거야.” 영하 3도의 날씨에 문학·음악·연극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모인 예술인들은 서로의 옷 매무새를 만지며 결의를 다졌다. “역사에 남을 기념촬영이 있겠습니다. 모두 모여주세요.”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로 향하는 ‘블랙리스트 버스’에 오르기 전 120여명의 예술인들은 박근혜 대통령,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형상화한 흉상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 모인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버스’에 타기 전 송경동 시인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 모인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버스’에 타기 전 송경동 시인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유진 기자

노구를 이끌고 블랙리스트 버스에 탑승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84)은 “박근혜 ‘거짓말 독재’ 정권을 뿌리뽑기 위해 내려간다는 걸 명심하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예술인들은 백 소장이 작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뒤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예술행동위)’가 준비한 버스 3대에 나눠 탔다. 이날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는 전국에서 예술인 약 200여명이 참가했다.

11일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한 예술인이 조윤선 장관의 책 ‘문화가 답이다’를 패러디한 ‘사퇴가 답이다’ 팻말을 들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한 예술인이 조윤선 장관의 책 ‘문화가 답이다’를 패러디한 ‘사퇴가 답이다’ 팻말을 들고 있다. |이유진 기자

블랙리스트 버스는 광화문에서 출발해 3시간을 달려 세종시 문체부 정문 앞에 도착했다.

“블랙리스트, 세종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영상대학 학생들 70여명이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우산과 ‘예술하는 게 범죄인가요’ ‘내가 이러려고 예술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 손팻말을 들고 예술인들을 맞이했다. 한국영상대학 연기과에 재학 중인 한재학씨(24)는 “예술인을 꿈꾸는 학생으로서 선배들이 검열 당하고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일이 우리 세대까지 오지 않게 힘을 실어드리기 위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11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 도착한 ‘블랙리스트 버스’를 노란 우산과 손팻말을 든 한국영상대학 학생들이 맞이하고 있다.

11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 도착한 ‘블랙리스트 버스’를 노란 우산과 손팻말을 든 한국영상대학 학생들이 맞이하고 있다.

오후 2시 예술인들은 ‘우리는 모두 블랙리스트다’란 제목으로 조윤선 장관의 사퇴와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침묵 연좌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10분 동안 침묵 퍼포먼스를 벌인 뒤 머리에 썼던 비닐봉지를 찢었다. 조윤선 장관 흉상에 먹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외에도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의 문체부 청사 청소, 미술행동팀의 미술작품 설치 등 다양한 항의 행동이 진행됐다.

11일 오후 2시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예술인들이 검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2시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예술인들이 검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예술인들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조윤선 장관 흉상에 먹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예술인들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조윤선 장관 흉상에 먹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 소속 예술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청소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 소속 예술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청소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유진 기자

예술인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버스 선언문’을 통해 “이것은 국가가 아니다. 문화도 아니다.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가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라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실체는 박근혜, 김기춘, 조윤선으로 이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언문 낭독이 끝난 오후 4시부터는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며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 2km를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교육부 앞을 지날 때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라”, 고용노동부 앞에선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1일 오후 ‘블랙리스트 버스’ 항의 행동에 참가한 예술인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예술인들은 오후 7시 이후부터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문화제’를 열고 1박2일 노숙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12일 오전 9시에는 문체부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의 출근을 막는 ‘출근저지 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먹물이 묻은 조윤선 장관의 흉상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정문 앞에 세워져 있다. |이유진 기자

먹물이 묻은 조윤선 장관의 흉상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정문 앞에 세워져 있다. |이유진 기자

앞서 예술행동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 광장에 캠핑촌을 만들고 블랙리스트 사태를 규탄하는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11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정문 앞에서 침묵 시위를 진행 중인 예술인. |이유진 기자

11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정문 앞에서 침묵 시위를 진행 중인 예술인. |이유진 기자

한편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정조사청문회에 출석해 “예술인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나는 그런 문서를 전혀 본 적이 없고 작성 경위와 전달 경위도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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