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어떤가

2017.01.17 20:41 입력 2017.01.17 20:43 수정

오는 봄에 아이들이 조그만 음악 행사를 연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함께걷는아이들’과 교류하는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어린이날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다. 아이들이 세상에 꼭 말하고픈 부탁을 합창과 연주로 전한다. 주제는 ‘어린이 입원병원비 국가 보장’.

[정동칼럼]‘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어떤가

지금까지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여러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한 아이라도 더 돕기 위해 백방으로 모금에 나서 왔다. 방송사도 애절한 사연을 국민에게 알렸고 시청자들은 눈물을 적시며 자동응답시스템(ARS) 번호를 눌렀다. 건강한 아이들도 병원비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엄마, 아빠는 어린이 민간의료보험을 찾는다. 한국의료패널 조사에 의하면 2013년 10세 미만 어린이의 가입률이 84%에 달한다. 아이 한 명당 월평균 보험료가 월 6만원이고, 전체 식구 몫까지 합치면 월 29만원이다.

정말 이 방법밖엔 없는가? 아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누리집에 가면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서명’란이 있다. 오랫동안 민간 모금으로 아픈 아이들을 도와온 이 단체가 오히려 국가에 나서달라고 요청한다. 활동을 거듭할수록 모금 방식으론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까닭이다. 방송도 몇몇 아이들만을 지원할 수 있기에 ARS를 누르는 시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65개 시민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서명에 함께 나선 이유이다.

아이가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 이를 잘 알면서도 우리는 어린이 병원비를 사적 방식으로 대응한다. 민간 모금, TV 방송으로는 모든 아이들을 도울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집집마다 비싼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는 게 지혜롭지 않다는 걸 체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한탄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묻자. 유럽 복지국가에선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완전 책임지는데,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돈이 없어서? 예전엔 그랬다. 지금은 누적흑자액이 무려 20조원이다.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부과되는 급여와 비급여 본인부담금은 모두 합쳐 연 5000억원이다. 국민건강보험 흑자액의 3%만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설령 국민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민간의료보험에 내는 돈의 일부만 돌리면 가능하니 더 이상 재정은 이유가 못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입원이 늘 거라고? 온 가족이 입원한 아이에게 매달려야 하는데 억지로 아이를 입원시킬 부모가 그리 많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실손의료보험이 이미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병원비 충당 주체가 민간보험에서 국가로 바뀐다고 현재보다 의료이용량이 그다지 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증가한다면 그것은 가계 빈곤으로 진료를 받지 못했던 취약계층이 병원을 이용한 것이니 오히려 긍정적이다. 게다가 국가가 병원비를 모두 주관하면 과잉진료의 온상인 비급여진료까지 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여기에 비급여진료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현재 비급여진료가 정부 통제 밖에서 운영되어 의료정책이 개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의학적 성격의 비급여진료는 모두 급여로 전환해 국가가 관리하자. 정부가 진료비를 지급할 때 심사를 엄격히 해 진료표준도 만들어가야 한다. 굳이 대체재가 있음에도 고가 진료를 고수하는 경우에는 환자 동의를 전제로 본인부담금을 부여하면 된다. 사실 이는 기존 급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의사,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비급여 전환의 로드맵을 만들자.

여전히 더 이야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중증질환, 만성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외래와 재활 진료에서도 비용 부담이 큰데 왜 입원만 지원하느냐, 모두가 아프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어린이만 보장하느냐 등.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어린이부터, 진료 내역이 명확한 입원비부터 시작하자. 이것이 실행된다면 모든 연령, 외래 진료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수순이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숙아, 장애아동 등 고액 중증질환부터 혹은 저소득계층 아이들부터 보장을 늘려가자는 제안도 있다. 이번 기회에 과감히 가자. 누적흑자액이 있는 지금이 어린이 병원비를 보편적 권리로서 전면화할 수 있는 적기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망하는 촛불민심의 목소리가 넘친다. 정권 교체를 넘어 세상을 바꾸자는 절박한 요구이다. 민생 의제별로 구체적 실행방안이 등장하기 바란다. 아픈 어린이에게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어떤가? 아이들이 음악으로 세상에 호소한다. 대선후보들은 어서 아이들에게 화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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