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불났는데도 “기다려라”…서울메트로 아찔한 초기 대처

2017.01.22 20:07 입력 2017.01.22 23:05 수정

역 진입 중 열차 아래서 발화…1분 뒤 “대기하라” 3회 방송

“즉시 나가라” 안내했을 땐 승객들 이미 스스로 대피

“어디가 안전한지 확인” 해명

22일 오전 6시28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 2번째 칸 밑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왼쪽 사진).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6시28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 2번째 칸 밑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왼쪽 사진).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던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비상정차했으나 서울메트로가 승객을 즉시 대피시키지 않고 “기다리라”는 방송을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승객들이 즉각 스스로 대피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22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잠실새내(신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 2번째 칸 아래에 있는 단류기함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약 20분 만에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초기 대처가 늦어 승객들이 자력으로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열차는 이날 오전 6시28분 잠실새내역으로 진입하던 중 갑자기 멈춰섰다. 열차에 이상이 발생해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비상제동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기관사는 종합관제소에 상황을 보고했지만 열차가 갑작스럽게 멈춘 이유는 바로 파악하지 못했다.

열차가 멈추고 1분 뒤인 6시29분 열차 내에는 “차량 이상으로 정차했으니 열차 내에 대기하라”는 내용이 3회에 걸쳐 방송됐다. 그러나 눈앞에서 자욱한 연기와 불길을 목격한 승객들은 다른 칸으로 이동해 직접 비상 레버를 돌려 열차 문을 열고 대피했다.

기관사는 승객들이 열차 밖으로 대피 중이던 6시30분쯤 종합관제소의 지시에 따라 “연기가 발생했으니 출입문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안전한 차내에 계시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기관사는 1분 뒤에야 “열차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즉시 출입문을 열고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열차에 불이 붙은 지 3분이 지난 뒤로 이미 불이 붙은 칸의 승객들은 스스로 대피한 뒤였다. 역사에 진입하지 못한 10번째 칸에 탑승한 승객들은 이때까지도 화재 발생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들은 방송이 나온 뒤에야 앞칸으로 이동해 대피했다. 소방관들은 6시36분쯤 현장에 도착해 6시50분쯤 불길을 진압했다. 앞서 열차에서 나온 시민들이 역사에 비치된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바로 대피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열차 내부와 연기가 많은 역사 중 더 안전한 곳을 확인한 뒤 안내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연기로 비상대피를 시키면 승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열차 내 대기’ 방송을 하고 1분 만에 대피방송을 한 것에 대해선 “본부에서 상황을 확인한 뒤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겠다고 판단해 이를 기관사에게 전달했다”며 “기관사는 매뉴얼을 제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화재로 지하철 2호선은 약 40분간 운행을 멈췄다. 이후에도 열차들은 연기로 인해 약 30분간 잠실새내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한편 해당 열차는 화재 15분 전 강변역에서 전기공급에 이상이 생겨 2~3분간 정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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