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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짜 전쟁영웅 논란’ 속 심일 소령 구하기

2017.01.24 06:00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태극무공훈장 적법” 일방적 결론 내놓고 24일 공청회

육군군사연 “당시 사료에 소양교 북 자주포 진입 없어”

송악산 ‘육탄 10용사’도 일본 군국주의 신화 모방 의혹

군사정권 시절 교과서에는 ‘심일 소대장을 선두로 5인의 특공대가 북한군 탱크에 뛰어올라 포탑의 뚜껑을 열어 수류탄과 화염병을 던지고 뛰어내리자 불길이 치솟으면서…’라는 6·25전쟁 영웅 심일 소령의 무용담이 실려 있었다. 전쟁 당시 중위였던 심 소령은 1950년 6월 대전차포를 이끌고 남하하는 북한군 SU-76 자주포를 향해 포탄을 쏘아 명중시켰으나 끄떡하지 않자, 5명의 특공대를 편성하여 수류탄과 휘발유를 넣은 사이다병을 들고 적 자주포의 궤도를 육탄으로 공격해 2대를 파괴했다. 이어 춘천시내로 들어온 적 자주포 1대를 단독으로 파괴하여 국군 주력의 퇴로를 차단하려던 북한군의 계획을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 ‘심일 소령’ 공청회 파장 예고

국방부는 이대용 전 베트남 주재 공사가 한 언론을 통해 “심 소령의 무용담은 거짓”이라고 증언하자 지난해 6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고 심일 소령 공적확인위원회’를 구성했다. 24일에는 관련 공청회를 연다.

이 위원회는 “심일 소령에게 태극무공훈장이 수여된 과정은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타당한 의문점을 배제한 결론이라는 점에서 공청회에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공개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심 소령 영웅담이 소개된 바 있어, 공청회 결과는 국정교과서 논란으로도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핵심 쟁점

국방부는 ‘심일 신화’가 깨질 경우 6·25전쟁 당시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다른 ‘가짜 영웅 만들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 안팎에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일방적인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기’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청회 핵심 쟁점은 ‘심 소령이 태극무공훈장을 받을 만한 공적이 있는지’와 ‘춘천전투에서 적의 자주포를 파괴했는지’ 등이다.

공적확인위원회는 “6월26일 소양강 부근 전투가 없었다는 문제 제기는 문서기록 및 당시 참전자 증언과 배치되는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심 소령 공적은 미국 은성훈장 추천서(1950년 9월1일)와 태극무공훈장 공적서(1950년 11월) 등에서 확인됐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육군군사연구소는 “은성무공훈장과 태극무공훈장 공적서에 기록된 6월26일 10시 소양교에는 적의 자주포가 진입하지 않았다”며 “공적확인위원회가 엄정한 문헌 고증과 검증 대신 오히려 사료를 왜곡·과장하고 삭제, 추가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대용 전 공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라주바에프 소련군사고문단 보고서를 방증자료로 제시했다.

■ 번지는 ‘6·25 가짜 영웅’ 의혹

군 내부에서 수십년 동안 조작 의혹이 나오고 있는 사례가 송악산 ‘육탄 10용사’다. 국군 10명의 용사가 1949년 5월 송악산전투에서 박격포탄을 안고 적 기관총 진지에 몸을 던져 장렬하게 산화했다는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육탄 10용사 대표인 서부덕 이등상사는 6·25전쟁 후 북한 중앙TV에도 출연했지만 군은 이를 무시했다. 육탄 10용사상을 제정하고, 매년 추모행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 펴낸 <6·25전쟁 참전자 증언록 1권>(2003)에 따르면 이 역시 일제의 ‘육탄 3용사’처럼 조작으로 지적받고 있다.

육탄 10용사는 1932년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조작한 육탄 3용사를 모방했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과거 ‘육탄 3용사’를 보도했던 아사히신문은 2007년 잘못된 군국주의 시절의 조작 기사임을 사과한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 9일 공청회 초청장을 각계에 보내면서도 발제자와 토론자는 물론 사회자조차 공지하지 않았다. 이는 군 당국의 일방적 선정에 따른 후유증 때문으로 전해졌다. 공청회 발제자 등은 지난 17일에야 최종 결정됐다. 위원회는 다음달 중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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