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드 알박기’ 꼼수

2017.03.02 21:20 입력 2017.03.02 21:29 수정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기고]‘사드 알박기’ 꼼수

지난달 27일 롯데가 이사회를 개최하여 경북 성주 소재 골프장과 남양주 군용지의 맞교환을 승인했다. 다음날 국방부는 롯데와 계약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했다.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텅 빈 부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경계작전 인원을 투입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어 주민들과의 충돌을 자초하고 있다.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지난해 12월부터는 기본설계조차 없이 이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수용한 골프장을 미군에 공여하는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미군도 사드 기지를 조성하기 위한 설계를 시작으로 조만간 시설공사에 나설 것이다. 모든 절차를 중첩해 최대한 속도를 내어 하루라도 빨리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6~7월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미군에 부지를 공여한 이후에는 사드 배치에 관한 형식과 절차가 미국 측 의도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한·미가 협의해서 결정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낼지 궁금하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지 공여 이후에는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음에도 국민 우려를 고려해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이다. 과연 투명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국방부는 향후 비용문제에 있어서도 부지 내는 미측이, 부지 외 기반시설 공사는 한국 측이 부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측 부담이 결국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말끝을 흐리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기반시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되기 이전에 사드가 이 땅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 운영에 필요한 공사가 끝나기 전에 사드 포대만이라도 도둑 이삿짐 싸듯 옮겨오는 방안에 대해 한·미 간 논의가 있었고, 지난 2월 매티스 미 국방장관 방한 시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꼼수이자 소위 알박기의 전형이다. 부지가 미군에 공여된다는 점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일부터 독수리훈련이 시작되었고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KR) 연습에는 사드 운용을 통한 탄도미사일 방어연습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는 어렵지 않게 항공기나 배를 수단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훈련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월30일까지가 독수리훈련 기간임을 고려할 때 그렇게 들여온 사드를 배치 임박을 핑계로 그대로 보관하겠다는 몽니를 부리지 않을까 하는 소설을 써본다.

사드와 관련된 논란은 무수히 많다. 군사적 효용성, 안전성, 미사일방어(MD) 참여, 중국의 보복 등 지금까지 사드 배치 추진 과정에 발생한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은 정책 결정과정 중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진솔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에게 탄핵당한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진정으로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건만을 성급하게 옮겨놓을 이유가 없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정말 사드 포대부터 먼저 들여오는 일이 생긴다면 오히려 선거를 의식한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절차의 비민주성과 국론의 수렴 없이 밀어붙이는 사드 배치는 앞으로 우리를 더욱 힘들고 어렵게 할 것이다. 안보를 넘어 국익과 내 아들딸들이 살아가야 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모한 사드 배치 추진은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현 정부와 국방부의 솔직하지 못함으로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할 것이다. 사드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 국민의 선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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