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적 조치’라던 사드, 미·중 ‘처분’만 기다려

2017.03.16 22:17 입력 2017.03.16 23:15 수정

<b>마지막 중국 크루즈, 돌아올까 제주항에</b>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애틀랜티카호(8만5000t)가 16일 제주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제주항을 떠나고 있다. 중국 관광업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조치로 6월 말까지 중국 크루즈 선사들의 한국 미경유 조치를 내렸다. 연합뉴스

마지막 중국 크루즈, 돌아올까 제주항에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애틀랜티카호(8만5000t)가 16일 제주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제주항을 떠나고 있다. 중국 관광업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조치로 6월 말까지 중국 크루즈 선사들의 한국 미경유 조치를 내렸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 조치’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한국 영토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미·중 정상 차원에서 논의하게 되는 것 자체가 이 사안은 한국의 주권적 조치와는 무관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일 사드 발사대 2기가 한국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배치 작업이 시작된 이후 연일 사드 배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3일 다음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회담의 목적은 북한과 최근의 사드 포대 한국 배치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드 문제가 핵심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한·중·일 순방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를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17일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사드 배치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현안과 대중국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지고 난 직후부터 미국이 이 문제 당사국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항장이 칼춤을 춘 의도는 패공 유방을 겨눈 것)’이라는 고사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면서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미·중 장관급 접촉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문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5월9일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배치 여부와 시기가 미·중의 뜻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외교안보 소식통은 “미·중이 사드 배치 문제 논의로 사드 논란의 돌파구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한반도 문제가 미·중의 전략적 경쟁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국 외교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예정대로 강행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와 북·중 밀착이 강화되고, 배치 시기가 미뤄지거나 일정에 변동이 생긴다면 한국의 ‘주권적 조치’를 미·중이 결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안보분야 전문가는 “사드 배치는 한국이 덜컥 결정할 것이 아니라 손에 쥐고 활용했어야 할 전략적 카드였다”면서 “한국이 안보에 실익이 없는 사드 배치를 주권적 조치로 포장해 강행함으로써 미·중 전략 경쟁의 한복판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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