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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페미니즘 단체 강의실 승인 취소 "자유성관계, 피임만능주의 안돼"

2017.03.17 17:06 입력 2017.03.17 17:34 수정

한 여성주의 단체가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성관계’ 등을 다룬 연속 강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강대의 갑작스러운 강의실 대관 승인 취소로 강연 진행에 차질을 빚을 뻔 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강대 측은 “가톨릭이 건학이념인 학교에서 자유 성관계, 피임 만능주의, ‘낙태 합법화’를 조장하는 단체의 교육장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학부형들의 항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불꽃페미액션 제공

불꽃페미액션 제공

■서강대, 불꽃페미액션 강의실 대관 승인 돌연 취소

17일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모인 여성주의단체인 ‘불꽃페미액션’과 서강대에 따르면 서강대는 지난 10일 오전 9시쯤 불꽃페미액션 관계자에게 이미 승인 통보가 나있던 강의실 대관이 어렵게 됐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결성된 불꽃페미액션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논의하는 단체다. 불꽃페미액션은 한국여성재단의 협찬을 받아 서강대 여학생협의회, 성공회대 여성주의 모임, 카톨릭대 여성주의학회, 연세대 총여학생회 등과 지난 11일부터 서강대와 성공회대에서 4주간 ‘페미들의 성교육’이라는 주제로 연속 강연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불꽃페미액션에 따르면 강연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이 안전하게 즐겁게 성관계를 할 수 있는까’, ‘내 몸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즐거운 성관계를 하려면’ 등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강연 2시간 후 개인적으로 경험한 좋지 않은 성관계 경험과 본인이 원하고 바라는 성관계를 적는 활동 등도 준비됐다.

‘페미들의 성교육’ 홍보 자료. … 불꽃페미액션 제공

‘페미들의 성교육’ 홍보 자료. … 불꽃페미액션 제공

■서강대 “자유 성관계, 피임 만능주의, 낙태 합법화 교육은 안돼”

불꽃페미액션의 강연 계획은 지난달 중순 최종 확정됐고 지난 3일 서강대로부터 강의실 사용 승인이 나왔다.

불꽃페미액션 관계자는 17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11일 첫 강연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전날(10일) 오전 9시쯤에 학교 측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와 강의실 사용 승인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며 “서강대 관계자는 사용 승인 1주일 뒤, 그리고 행사 하루 전에 돌연 취소 통보를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서강대에 직접 와서 들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불꽃페미액션 측은 전화를 받고 1시간 뒤인 10일 오전 10시쯤 서강대를 방문해 학생지원팀장으로부터 강의실 사용 승인 취소 사유를 들었다. 불꽃페미액션 관계자는 “외부 단체와 학내 단체가 함께 강의실 사용을 하는지 확인이 안된 점과 학부형으로부터 항의가 많이 들어와 강의실 사용 취소가 됐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불꽃페미액션에 따르면 서강대 학생지원팀장은 가톨릭이 건학이념인 서강대에서 자유 성관계, 피임 만능주의, 낙태 합법화를 조장하는 단체의 교육장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학부형들의 항의가 있어 강의실 사용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강대 학생지원팀장은 또 불꽃페미액션 관계자에게 강의실 사용 승인 취소 취지를 설명하면서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복사한 문서도 건넸다. 불꽃페미액션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서강대 측이 강의실 사용 승인 취소를 설명하며 불꽃페미액션 관계자에게 준 문서 첫 페이지.  불꽃페미액션 제공

서강대 측이 강의실 사용 승인 취소를 설명하며 불꽃페미액션 관계자에게 준 문서 첫 페이지. 불꽃페미액션 제공

‘가톨릭대, 성공회대, 서강대는 모두 그리스도교 생명 문화를 창출해야만 하는 학문적, 문화적 사명을 지닌 교육기관입니다. 그런데 자유 성관계와 피임 만능주의 교육을 주장하고 낙태 합법화(그들 표현으로는 임신중단 합법화, 낙태죄 위헌)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단체에 서강대와 성공회대가 교육과 활동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은 건학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분들의 주장에 대한 표현의 자유나 교육의 권리를 박탈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생명 수호라는 보편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교육과 활동의 장을 사회적 명망이 있는 그리스도교 계열 대학에서 제공해준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계열 대학이 낙태를 찬성하고 합법화하는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는 오해의 메시지를 사회에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그리스도교 신자분들께, 가톨릭 대학은 장소를 대관하지 않기로 했다 하니, 서강대와 성공회대 중요 보직을 담당하고 계신 성직자와 교수님들께 위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주시고 장소 대관 문제를 재고해 달라는 요청을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교 대학에서는 모든 젊은이들이 성과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게 하는 이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강대 측이 불꽃페미액션에 강의실 승인 취소 사유를 설명하면서 건넨 자료.  불꽃페미액션 제공

서강대 측이 불꽃페미액션에 강의실 승인 취소 사유를 설명하면서 건넨 자료. 불꽃페미액션 제공

■여성단체 “성차별주의에 공모한 것”, 서강대 “여학생협의회와 대화 중”

불꽃페미액션에 따르면 또다른 불꽃페미액션 관계자가 10일 오후 서강대 학생지원팀에게 사실 확인차 전화를 걸었다. 불꽃페미액션 관계자는 “서강대학교 학생지원팀장에게 건네 준 문서에 나온 입장에 동의하냐고 물었더니 학교도 ‘많은 부분 동의하는 바’라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불꽃페미액션 측은 지난 10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낙태와 재생산권은 여성의 고유한 권리다. 서강대는 건학이념을 핑계로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제에 공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외부단체와 함께 강의실을 사용할 때는 별도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절차를 밟지 않아 강의실 사용 승인이 취소됐다”며 “강의실 사용 승인 취소와 관련해 ‘페미들의 성교육’ 주최 측 가운데 한 곳인 서강대 여학생협의회와 학교 측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학부모들의 항의는 없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서 또다른 서강대 관계자가 ‘페미들의 성교육’ 강연이 서강대 건학이념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는 불꽃페미액션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노코멘트하겠다”고 밝혔다.

불꽃페미액션은 서강대의 돌연 강의실 대관 취소에 급하게 다른 대학의 강의실을 빌려 강연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불꽃페미액션 관계자는 “성공회대에도 비슷한 항의가 들어왔다고 들었지만 성공회대는 강의실 사용 승인 취소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 강의실 취소 사태를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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