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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례 무시한 미 국무장관의 ‘무례’

2017.03.19 22:13 입력 2017.03.19 23:13 수정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만찬을 함께하지 않은 것은 한국 측이 초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파문을 일으켰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8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만찬 초대를 하지 않은 것이 대중적으로 좋지 않게 비칠 것이라는 점을 한국 측이 마지막 순간 깨닫고 ‘내가 피곤해서 만찬을 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기자메모]외교관례 무시한 미 국무장관의 ‘무례’

과연 한국은 그를 만찬에 초대하지 않았을까. 외교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의사소통 혼선”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의 첫번째 방한을 ‘지극정성으로’ 준비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일부러 틸러슨과의 만찬을 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외교부는 준비 과정에서 만찬을 당연한 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외교부 해명이 명쾌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잘못이라고 적시하기 어려운 한국의 고민이 배어 있는 탓이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이 정말로 초대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국 장관이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 더구나 한국 측이 ‘뒤늦게 여론을 의식해 거짓 해명을 한 것’이라는 틸러슨의 추측성 부연설명은 외교부가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에 사용하던 “국제예양(禮讓)”과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무례한 발언이다. 또 한국은 ‘틸러슨이 피곤해서 만찬을 취소했다’고 성명을 낸 적이 없다. 무엇을 할지 여부는 주최국이 정하는 것이라는 발언도 경우에 맞지 않다. 장관급 만찬과 같은 중요한 외교행위가 양측 조율 없이 일방적 조치로 이뤄지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수명이 2개월 남은 시한부 정부라고 해도 동맹국을 이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된다. 틸러슨의 무례하고 섣부른 발언은 복잡하고 민감한 국제이슈를 다뤄나가야 할 미 국무장관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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