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자연의 권리

2017.03.26 21:14 입력 2017.03.26 21:18 수정

세월호가 떠올랐다. 9명은 수습되지 못했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연장은 거부됐다. 7시간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은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가 존재했던가. 세월호의 진실처럼 인간의 권리는 바닥을 쳤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복지를 존중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라’며 아이들을 감금틀에 가뒀다. 국민은 정권 유지를 위해 전시되고 사육됐다. 이제, 부정한 정부와 퇴행의 시간이 물러나니 진실과 인권이 비로소 떠오른다.

[NGO 발언대]세월호와 자연의 권리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얼마 전 ‘동물의 권리’ ‘자연의 권리’를 언급했다. ‘헌법에 동물권을 명기하고 민법에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복지법 제정, 가축의 감금틀 사육 금지, 고래류 등 해양 포유류의 전시와 사육 금지를 제안했다. 인간 중심의 사회를 생명과 자연의 공존 사회로 전환하자는 뜻이다. 우리는 인권, 사회경제적 약자의 배려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동식물과 자연의 내재적 가치는 어떠한가. 피터 싱어가 <동물해방>을 쓴 게 1975년의 일인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윤리적·법적 입장에서 동물의 권리는 제도화되지 못했다.

인권에 차등을 두거나 무시하는 사회는 똑같은 방식으로 자연의 권리를 학대하고 경시한다. 세월호에서 4대강 사업,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떠오른다. 세월호의 아픔을 보듬지 못했듯 자연은 파괴된다.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처럼 자연은 ‘자원의 창고’나 ‘쓰레기 처리장’ 정도로 처리된다.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이 우선이고 자연의 권리는 ‘나중에’라고 말한다. 생명을 아우르는 총체적 시선, 따뜻한 손길이 없으니 난개발과 규제 완화를 멈추지 않는다. 4대강에 16개의 댐을 쌓아 강의 흐름을 막아버렸다. 국립공원 핵심지역에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했다. 산악관광과 해양관광을 명분으로 각종 제도를 풀었다. 수도권 난개발의 근거를 만들었다. 전경련의 투자 활성화 대책은 수용했지만, 자연의 소리에는 귀 막았다.

인권과 자연의 권리는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정의롭고 생태적인 지속가능한 사회는 이 둘을 함께 키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당연한 것처럼, 알을 낳기 위한 물고기의 이동은 생명 본연의 모습이다. 회유성 물고기는 4대강 댐과 녹조에 막혀 산란의 길을 오르지 못한다. 능선과 계곡을 오가는 설악산 산양의 길을 막으려 한다. 이 사회는 가창오리와 흑두루미의 이동을 왜 배려하지 않는가. 도요물떼새의 중간 기착지인 군산, 김제, 부안의 새만금 갯벌을 매립하는 게 정답이었을까. 천성산 도롱뇽은 자연의 주인으로서 법적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을까. 건강한 자연과 그곳에 깃든 인간의 공존은 불가능한 이야기인가.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뉴질랜드 의회는 3월 중순, 자연 하천에 인간과 같은 법적 위상을 세계 최초로 인정하였다. 마오리족과 공존한 황가누이 강은 그 자체로 차별받지 않을 주체로서 법적 권리를 갖게 되었다. 기업이나 사회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자연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만약, 황가누이 강처럼 설악산 산양처럼 새만금 백합처럼 송도 갯벌 저어새처럼 생각했다면 어떠했을까.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였다면 세월호의 비극은 막지 않았을까. 눈물 속에 올려진 세월호를 보면서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한다. 새로운 세상은 그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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