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기된 주적론 들고나온 냉전보수와 편승한 안철수

2017.04.20 20:42 입력 2017.04.20 20:48 수정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이 ‘북한 주적’에 대한 답변을 놓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거세게 공격하고 있다. 문 후보가 그제 TV토론에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대답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어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지금은 남북 대치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해 공세에 동참했다. 그는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고 명시돼 있다”고도 했다.

주적이라는 말은 주된 적이라는 뜻으로, 학술적 용어는 아니다. 1994년 3월 북한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적이라는 개념을 더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을 넣었다가 2004년 삭제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어제 “2016년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주적 표현이 없어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무엇하러 쓰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있다는 유승민·안철수 후보의 말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주적 개념은 주변국과 마찰을 빚을 우려가 있는 위험한 용어이기도 하다. 북한이 주적이면 부차적인 적은 또 누구냐는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의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이면서 통일의 대상 또는 교류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남북관계에서는 이 중 어느 하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권 모두 지켜온 남북관계의 원칙이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데 유용하다는 이유로 북한의 위협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북송금을 무조건 비판하고 국가보안법을 지켜야 한다며 상대 후보를 윽박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색깔론을 제기해서라도 표만 모으면 그만이라는 정치공학적 발상일 뿐이다. 이것은 북한과 협상하고 설득해 통일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국가지도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미국과 중국이 양강으로 각축하는 새로운 안보 환경을 맞아 새로운 해법과 이를 실행할 전략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건강한 대북관을 토대로 국민의 뜻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이미 폐기한 용어까지 되살려가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색깔론과 시대착오적 주장으로 나라를 멍들게 할 참인가. 미래로 가자면서 이렇게 퇴행적인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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