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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중 북한 미사일 탐지? 사드 작동 ‘진실게임’

2017.05.22 06:00 입력 2017.05.22 07:39 수정
박성진 기자

한민구 국방 “북한 화성-12 확인”에 관계자 “당시 작동 안 해”

종말모드 아닌 전방배치모드 파장 예고…주한미군 확인 거부

미 육군 교범의 사드 레이더 모드별 역할. 전방배치모드 시스템(왼쪽)은 상승 단계에서, 종말모드 시스템은 하강 단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 육군 교범 이미지 크게 보기

미 육군 교범의 사드 레이더 모드별 역할. 전방배치모드 시스템(왼쪽)은 상승 단계에서, 종말모드 시스템은 하강 단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 육군 교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지난 14일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했을 때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 질의에 “미군 측에 확인한 결과 ‘경북 성주에 야전 배치된 그 레이더도 (화성-12를) 탐지했다’고 저희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21일 “북한이 화성-12를 발사했을 당시 사드는 점검 중이어서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장관이 사드가 화성-12를 탐지했다고 밝힌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사드 효용에 관한 국민의 의구심 차단을 위해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한 답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이 국회에서 허위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한 장관 발언이 사실이라면 주한 미8군 제35방공포병여단이 운용하는 사드의 AN/TPY-2 X-밴드 레이더는 사격통제용 종말모드(TM)가 아닌 적 미사일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탐지·추적하는 전방배치모드(FBM)로 가동 중이라는 방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한·미 군 당국은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2000㎞에 달하는 전방배치모드가 아닌 600~800㎞ 이내의 사격통제용 종말모드라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합참과 연합사 간에 작전수행에 관한 상호연락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이는 주한미군이 사드 레이더로 화성-12 발사를 탐지해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사드 작전운용에 관한 세부사항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드의 지난 14일 작동 여부는 물론 한국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공식 발언 내용의 확인조차 거부한 것이다. 이전에도 주한미군은 관련 사실을 밝히기 곤란할 때 아예 언급을 거부하는 식으로 피해 의혹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화성-12는 평북 구성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비행거리 787㎞, 최고 고도 2111.5㎞로 발사됐다.

국방부와 한 장관 주장대로라면 주한미군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사드 레이더의 종말모드를 전방배치모드로 바꾼 후 화성-12의 초기 비행단계를 추적한 꼴이 된다.

이는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거리나 장거리 미사일의 상승 궤적 추적은 종말모드가 아닌 사드 전방배치모드 레이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드 종말모드 레이더는 상승궤도 탐지가 아니라 떨어져 내려오는 단거리 또는 준중거리 미사일을 탐지한 후 40~150㎞ 고도에서 요격미사일로 파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레이더는 적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지나 목표 지역으로 하강하는 단계에서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레이더 빔 방사 고각을 적 탄도미사일 강하 각을 고려해 높은 각도로 운용하기 때문에 발사 초기 상승단계 포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미 육군교범과 사드 레이더 제조사인 레이시온의 홈페이지에도 설명돼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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