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행동’ 공식화한 이란···더 복잡해진 시리아 내전

2017.06.21 19:19 입력 2017.06.21 19:38 수정

시리아 정부군의 ‘수호이-22(Su-22)’가 21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의 ‘수호이-22(Su-22)’가 21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시리아에서의 군사행동을 공식화했다. 29년만에 처음으로 나라 밖 시리아의 도시, 데이르에조르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다. 자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복수였다. 6년 넘게 이어 온 시리아 내전은 더 복잡해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우리가 미사일 목표 지역을 설정했다면 이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이란 영토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에 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프레스TV가 보도했다. 지난 18일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가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했는데,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혁명수비대는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식으로 IS 격퇴전에 개입해왔고,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을 돕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이란 밖에서의 군사행동 개입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이란이 국경 너머로 미사일을 실전 발사한 것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29년만이다.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처음이다. 혁명수비대의 대외전략 부대인 ‘알쿠드스’가 고문단을 맡았을 뿐 참전은 자원병들이 자발적으로 건너갔다는 입장이었다.

이란은 이번 미사일 공격이 이달 7일 테헤란의 의사당과 호메이니 영묘에서 발생한 IS의 연쇄 테러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겨냥해 이란의 ‘전략적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안보를 위협받으면 강력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최근 카타르가 테러세력을 지원한다며 걸프국을 중심으로 카타르와의 단교를 주도했다. 그러면서 카타르를 향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란이 이슬람을 장악해 시아파를 확산하려 한다”며 이란에 맞선 대립전선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란과 국제사회의 핵합의를 재검토할 것이라 언급했고, 친사우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 14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란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지지한다”면서 마치 선거로 뽑힌 이란 정부의 전복을 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란 측의 반발을 샀다. 서방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이란 내 개혁 진영조차도 “내정간섭”이라며 “미국은 인권 보호를 외치지만 지역(중동) 내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곳은 진보와 변화에 가장 반동적인 국가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20일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테러그룹을 만들어내는 미국은 다에시(IS)를 파괴할 방법을 찾고 있지 않다”며 “미국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란의 노골적인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곳이 시리아다.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 사령부는 18일 시리아 북부 지역 타브카 부근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한 러시아제 수호이-22(Su-22)를 격추했다고 밝히며 “동맹군인 시리아민주군(SDF)에 대한 집단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시리아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 8일에는 시리아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띄워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을 격추시킨데 이어, 20일에는 시리아 정부군의 이란제 ‘샤히드-129’ 드론을 파괴했다.

IS의 근거지인 북부 도시 라카를 놓고 마지막 압박작전이 시작되면서 시리아 전황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군은 라카에서 IS와 싸우는 SDF을 3년간 지원해 왔으며 라카 동부 데이르에조르 점령을 노리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이라크로 향하는 요충지인데다 대규모 공군기지가 있는 도시다. 이란 역시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어 지중해쪽으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 지역을 염두해 두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PMU)는 이미 시리아와의 접경지역에서 IS를 축출했다.

다방면으로 군사적 압박을 받는 IS 지도부가 이라크 모술, 시리아 라카를 빠져나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유프라테스 강변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고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미군은 시리아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이 지역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에 작은 기지를 만들었다. CNN은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과 그 배후의 이란·러시아, 미국이 지원하는 몇 안 남은 반정부군 조직들 사이의 전장이 되고 있다”며 이들 여러 세력의 전투가 IS 격퇴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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