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갈등 우려에…흔들리는 북핵 구상

2017.06.22 22:31 입력 2017.06.22 22:53 수정

대통령 ‘훈련 축소’ 말 바꿔

“시작부터 수세적 태도 땐 대외정책 전체 틀어질 것”

문재인 정부의 북핵 구상이 보수층 반발과 한·미 갈등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동결-비핵화 논의로 이어지는 정부의 ‘2단계 접근법’을 미국과 제대로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선거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조정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의 ‘워싱턴 발언’ 파장을 진화하기 위한 것이다.

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언급한 적 없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핵 동결이 검증된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 바꾸기’는 문 교수 발언에 대한 보수층 공세와 오토 웜비어 사망 등으로 악화된 미국의 대북 인식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의 여지를 줄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정부의 북핵 구상 실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언급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해진 뒤에 훈련 축소·조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2단계 접근법’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북한과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이 어렵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선 시급한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시키고 비핵화 논의는 2단계로 넘긴다는 것이다. 청와대 해명대로라면 2단계 접근법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 구상이다.

대통령 발언은 동결이 검증되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어 문 교수 발언과 다르다는 해명도 내놨지만, ‘동결과 검증’은 패키지로 묶이는 것이 군축의 상식이다.

북핵 및 한·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하고 수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집권 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대외정책 전체가 비틀어지고 미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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