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행정관 책 “나라도 오빠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일종의 살신성인”

2017.06.23 16:24 입력 2017.06.23 16:27 수정

책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왜곡된 여성관을 드러냈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또 다른 책에도 그릇된 성 인식이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책은 탁 행정관이 2012년 3월 발간한 에세이집 <탁현민의 멘션s>로 그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글과 전문 인터뷰와 인터뷰한 내용 등이 수록됐다.

<탁현민의 멘션s> 표지 | 네이버 책 소개 갈무리

<탁현민의 멘션s> 표지 | 네이버 책 소개 갈무리

■“나라도 오빠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일종의 살신성인”

탁 행정관은 이 책에서 호칭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신을 ‘오빠’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85쪽)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것은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과도 같다. 본질적이지 않은 듯하지만 본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나는 누구에게서든 오빠로 불렸을 때가 가장 멋지고, 훌륭하고, 용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빠, 힘 내”하면 힘이 불끈 불끈 나고, “오빠, 달려”하면 지치지 않고 달리고, “오빠, 잘 자”하면 잠도 잘 온다. 누군가에게 오빠로 불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누가 “선생님, 힘내세요”하면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히고, “선생님, 달리세요”하면 “내가 왜?”하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 주무세요”하면 “근데, 이 색휘가?” 싶어진다.>

<호칭은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 호칭을 생물학적이거나 물리적인 것에만 기반을 두어 결정하고 사용한다. 누가 나를 어떻게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걸을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을까? 아니 서로 합의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나를 무엇으로 불러달라는 요구가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랴, 나는 오빠로 불렸을 때 가장 좋은 걸.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이와 관련해 탁 행정관은 이와 관련 2012년 4월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운영하는 웹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Q: <탁현민의 멘션s>을 보면, 탁쌤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저항’과 ‘사랑’이구나 싶어요. 저항은 공연이나 업무적인 부분에서 표현되고, 트위터나 글을 보면, 탁쌤은 늘 남자로서 어필하고 있어요.(웃음)

A(탁현민): “그건 부정하고 싶지 않아. 분명히 인정해요. 나의 저항과 나의 투쟁의 끝은 혁명이 아니라 애정이거든요. 만약에 정말 뭔가 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사랑이에요. 그게 나를 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에요. 내가 누구처럼 민간인 사찰을 받고, 검찰에 외압을 받고, 이런 건 하나도 힘들지 않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전화를 안 받으면 너무 힘들어요.(웃음)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가 세상 바꾸려고 하고,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건, 사랑하고 싶어서 그런 거에요. 사랑하는 데에 방해되니까 바꾸고 싶은 거죠. 캐릭터로서 내가 오빠라고 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괴로운 혹은 외로운 여성들에게 나라도 오빠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일종의 살신성인인 거고, 약간 마초처럼 보이거나 남자 냄새를 풍기는 이유는 내 성 정체성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에요. 엄마 빼놓고는 난 누구에게나 남자이고 싶어요.”

■“남자가 바람 피울 확률 높은 것은 여자가 결혼해서 집 안에 들어앉으면 성장없기 때문”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등의 표현으로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된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진다>에 또 다른 문제적 표현이 등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탁 행정관은 결혼 제도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아내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143쪽)

-오드리될뻔: “인간의 감정에는 훨씬 솔직한 제도(개방혼)라는 생각이 드네. ‘한 사람에게만 충실해야 한다’는 결혼 제도의 구속은 이성적으로 참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물론 그 구속이 행복인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커플들은 그렇지 않은 감정을 품고서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결혼 생활을 기능적으로 유지하잖아. 그거야말로 너무 위선적인 구속 아닐까?

-대놓고나쁜남자(탁현민): 그게 어찌 보면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게 더 많아서가 아닐까 싶어. 남자들 대부분이 나이트클럽이나 룸살롱 같은 곳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말이지. 나는 아무리 그렇게 놀아도 결국에는 아내가 제일 좋아서 집에 가고 싶더라고. 왜냐 아내는 엄마니까. 이렇게 이해하면 돼. 밤새도록 놀고 사우나 가서 자고 바로 출근하면 찝찝하잖아? 집에 돌아가서 엄마가 빨아준 옷 입고 출근해야 개운하지.

-오드리될뻔: 뭐야. 그건 단순히 엄마의 역할이 아니라 가정부의 역할 같은데?

-대놓고나쁜남자(탁현민): 너무 까칠하게만 보지 말라고. 내가 말하는 이 사례를 남자들에게만 국한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남자만 그런게 아니라 반대로 그런 여자들도 있다니까! 내가 아까도 계속 이야기했잖아.

탁 행정관은 결혼 후 바람을 피우는 행위에 대해 이런 견해도 밝혔다.(223쪽)

-달콤한너의도시: 근데 웃긴 얘기지만 이게 개인적인 취향인지 몰라도 나는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가 참 고맙기는 하겠지만 대신 섹시하지는 않을 것 같아. 내가 이야기하고도 웃긴다. 밤에 여자가 퇴근하고 피곤에 절어서 들어왔는데, 남편한테서 빨래 냄새, 설거지 냄새 같은 생활의 냄새가 나는 거야. 그 순간, 이 남자랑 더는 섹스하고 싶은 욕구가 안 생기는 거지. 이거 상상만 해도 완전히 시트콤인데.

-대놓고나쁜남자(탁현민): 달콤한너의도시가 방금 굉장히 중요한 말을 했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훨씬 더 바람피울 확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여자가 결혼해서 집안에 들어앉으면서 별다른 성장이 없는 반면, 남자는 밖에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점점 개선된 여자들을 만난다는 사실 때문이거든. 자기 신분이 상승하는 만큼 사회적, 경제적, 외모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여자를 만나잖아. 때로는 높은 신분에서 밑에 있는 파릇파릇한 젊은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거야. 그런데 그걸 정확하게 뒤바꾸면 여자들이 그렇게 되는 거지.

-달콤한나의도시: 흠, 인생사의 모든 일이 섹스로 환원될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본능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대놓고나쁜남자(탁현민): 집에만 계속 있는 마누라하고는 재미가 좀 없지. 같이 바쁘게 일하고 때로는 출장이라도 한번 갔다 오고 해야 아내가 좀 기다려지기도 하고 그렇지.

-오드리될뻔: 집에만 있는 여자들은 이 대목을 읽으면 너무 서글퍼지겠다. 남편만 바라보면서 아이 잘 키우고 살림 잘하고, 자기 딴에는 최선을 다하는 언니들은 얼마나 속상해. <내 여자의 남자>에 나오는 배종옥 언니처럼 말이지. 글쎄, 그래도 나는 밖에서 만나는 잘난 척하는 남자보다 집에서 부지런 떨며 청소도 하고 집 안도 꾸밀 줄 알고, 짬날 때마다 한 번씩 가구 배치도 혼자 척척 바꾸는 내 남편이 훨씬 더 매력적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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