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꿇고 큰절 올린 장애인 학부모들

2017.09.06 11:09 입력 2017.09.06 13:55 수정

5일 저녁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한 학부모가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5일 저녁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한 학부모가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장애인 학생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 학교 설립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장애인 학부모는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은 장애인 학부모를 향해 “저거 다 쇼”라며 토론장을 박차고 나갔다.

5일 밤 열린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는 지난번 토론회와 같은 욕설이 난무하지 않았지만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강서구에 있는 장애 학생들은 강서구 지역 내의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서 여러분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시고 장애 아이의 장애를 먼저 보지 마시고 학생이라고 생각해서 학생들이 공부할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5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서구 구 공진초등학교 인근의 탑산초등학교 3층 강당에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연단에 올라온 이은자 강서장애인부모회장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이 같이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교육청이 공진초 부지에 발달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일부 주민이 반발하자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자리다. 토론회에는 장애인단체와 학부모단체, 비대위와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손동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는 기조발언에서 “인근 양천구 등 서울시내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한 군데도 없는데 강서구에만 추가로 지으려 하느냐”며 “당장 특수학교 설립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에는 특수학교인 교남학교가 이미 운영 중에 있으며 공진초 인근 200m 이내에는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 복지시설이 밀집 포화 상태”라며 “공진초 폐교 부지에는 국립 한방병원을 건립해 강서구민과 서울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료 혜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7월6일 교육청은 이미 한 차례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장애인학부모 대변해 토론자로 나온 김남연 전국장애학부모회 대표를 지목해 “강서구 주민이 아닌 사람은 나가라”고 거세게 항의해 장내에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면서 토론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토론회는 비대위 대표 9명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및 서울시교육청 직원, 장애인 학부모 대표 3명이 참석해 기조발언을 한 뒤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토론회때와 달리 2시간30분간 의견 교환이 이뤄지긴 했지만 양쪽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고성도 오갔다. 토론회는 오후 10시가 넘도록 진행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그는 공진초 인근이 허준 선생의 탄생지이면서 동의보감 집필지라는 점을 들어 “유네스코 문화 경제유산이기도 한 대한민국의 자랑거리, 한방 산업의 메카지역이 바로 이 지역”이라며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 앞서 2015년 10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 건립’을 약속한 장본인이다.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는다는 행정예고는 2013년 11월25일 처음 공고됐다. 2016년 3월 개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3년 12월 서울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계획대로 되지 못하다가 2014년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한 뒤 설립을 계속 추진했다. 2015년 공진초가 문을 닫자 2016년 8월31일 서울시교육청은 2차 행정예고를 했다. 개교 목표 시기는 2019년 3월로 잡았다.

비대위는 공진초 인근의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주민들이 2차 행정예고 직후인 지난 9월2일 발족해 활동해왔다.

한편 이날 토론회 시작 전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강서 주민들이 모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자회견을 했다. ‘평등실현을 위한 강서학부모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강서양천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6시30분 탑신초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강서를 위해 특수학교를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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