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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안 나왔다더니…식약처, 생리대 정보 뒤늦게 고치며 "엑셀 오류"

2017.10.10 14:47 입력 2017.10.11 01:54 수정

식약처 관계자가 지난달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을 조사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식약처 관계자가 지난달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을 조사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발표한 생리대 화학물질 전수조사 결과 일부 제품의 수치가 잘못 발표돼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식약처는 수치 입력 과정에서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식약처의 조사 방법과 결과를 둘러싼 불신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10일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전수조사 결과 4개 제품의 검출량이 잘못 입력돼 수정해 식약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잘못 입력된 제품은 에리에르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만든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와 ‘엘리스 초안심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 헬코스메티칼연구소에서 만든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대형)’과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중형)’ 등 4개 제품이다.

이 제품들 가운데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와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대형)’ 2개 제품은 식약처가 지난달 28일 VOCs 10종 모두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한 제품이다. 그러나 수정 결과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에서는 에틸벤젠·스티렌·자일렌이,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대형)’에서는 에틸벤젠·자일렌이 검출된 것으로 표시됐다.

식약처 자료

식약처 자료

식약처는 조사 결과를 표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식약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에 유통되거나 해외 직접구매 등이 이뤄지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666제품의 VOCs 10종의 검출량을 공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치를 입력할 때 잘못 집어넣은 것을 확인해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식약처는 “VOCs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이라고 했지만 조사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의 위해성 평가는 생리대에 함유된 VOCs 10종이 입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것으로 가정한 후 미국환경보호청(EPA) 독성 참고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조사 대상인 에틸벤젠, 스티렌 등 10종의 VOCs 중에는 EPA에 생식독성 값이 반영된 독성 참고치가 없는 물질이 여럿이다. 생식독성 값은 주로 동물실험 과정에서 모체의 ‘자손’이 건강하게 태어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수치화한 것을 말한다.

식약처는 생식독성 값이 없더라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생식독성 값이 없는 물질은 간독성 값을 참고했는데, 상당수 화학물질의 간독성 값이 생식독성 값보다 낮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성학자들은 화학물질별로 ‘표적’으로 삼는 장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간이 가장 예민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간을 가장 강하게 공격하는 화학물질도 있지만 면역체계, 신장, 생식 등 다른 기관을 더 손상시키는 물질도 있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의 방법과 한계, 의미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식약처는 “생식독성, 발암성 등 인체 위해성이 높은” 10종의 VOCs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해 놓고 일부 물질의 평가과정에서는 생식독성 값이 아닌 다른 독성값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지 않았다.

또한 농약성분 등 다른 화학물질 조사, 생리대 사용자들이 호소하는 피해 원인을 밝힐 역학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이러한 추가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식독성, 간독성, 신장독성 등 독성반응이 발생하는 장기와 상관없이 독성반응을 유발하는 가장 낮은 용량을 독성참고치로 설정해 조사한 것”이라며 “이는 생식독성 참고치가 없는 경우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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