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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다 이윤 좇는 ‘김해·제주 공항’

2017.11.06 06:00 입력 2017.11.06 06:01 수정

용역업체의 한 달짜리 ‘쪼개기 근로계약서’로 폭발물 처리요원 고용

[단독]안전보다 이윤 좇는 ‘김해·제주 공항’

국내 일부 공항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소속 폭발물 처리요원들이 한 달짜리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계약서에는 노동관련법 위반 소지 조항들도 다수 담겨 있다.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하는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부산 김해공항에서 폭발물 처리요원으로 일하는 ㄱ씨는 지난 7월 용역업체로부터 한 달짜리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이전엔 업체가 바뀔 때마다 1년씩 계약을 연장해 왔지만 계약기간이 이보다 훨씬 단축된 것이다. ㄱ씨는 “심지어 지난 8월부터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에 ‘계획된 기간에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을 시에는 한 달 단위로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ㄱ씨의 근로계약서에는 ‘한 달의 계약기간 중에도 을(폭발물 처리요원)이 공항공사에 채용되거나, 갑(용역업체)이 EOD(폭발물 처리) 요원을 배치할 현장이 없어질 경우에는 즉시 근로계약을 중도 해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노동법률사무소 시선의 김승현 노무사는 “이는 사실상 즉시 해고 조항”이라며 “요원을 배치할 현장이 없어진다고 즉시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리해고하는 것에 해당해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를 위반한다”고 말했다.

‘특수경비원 근로자들의 경비업 관련법에 저촉되는 행위나 집단 의사표시 등은 해고사유에 해당함을 인식하고, 평소 상근 감독자와 의사소통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명시한 ‘성실 근로’ 조항도 문제로 지적됐다. 법무법인 참솔의 백신옥 변호사는 “폭발물 처리요원은 특수경비원과 업무가 다르며, 집단 의사표시를 해고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제주국제공항 용역업체 소속 폭발물 처리요원들도 김해공항과 마찬가지로 지난 7월부터 한 달짜리 계약을 맺고 있다. ㄱ씨는 “김해공항과 제주공항 두 곳의 요원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라 말했다. 현재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엔 각각 3명의 용역업체 소속 폭발물 처리요원이 있다.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의 폭발물 처리요원 50여명 중 45명이 용역업체 소속이다.

공항공사가 지난해 12월 낸 ‘항공보안 위탁관리 용역’ 입찰 공고 이후 폭발물 처리요원들의 처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시 공고에는 ‘김포·제주·대구·청주공항 항공보안용역 대테러 부분은 계약기간 중이라도 공사의 직영 인력 배치 등 용역계약 인원 감소 사유 발생 시 해당 인원을 감하여 변경계약을 체결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폭발물 처리요원 ㄴ씨는 “최근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항 내 안보위해물품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완수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안보위해물품의 기내 반입 적발 건수는 총 3261건이다. 2014년 673건, 2015년 862건, 2016년 1070건, 2017년 9월 기준 656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 들어 총기류 반입 시도는 19건으로 지난해 1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백 변호사는 “용역업체 소속 폭발물 처리요원들은 정직원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낮은 임금, 반복되는 야근, 휴가 없는 근무, 불안정한 지위에 노출돼 왔다”면서 “승객의 안전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대테러 업무를 하는 이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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