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까칠남녀’ LGBT 성소수자 특집에 쏟아지는 ‘혐오’

2017.12.25 17:13 입력 2017.12.25 19:19 수정

EBS ‘까칠남녀’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 화면 갈무리

EBS ‘까칠남녀’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 화면 갈무리

성탄절인 12월25일 교육방송(EBS)의 젠더 토크쇼 프로그램 ‘까칠남녀’에서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앞두고 게시판에 방송 금지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올려 더욱 논란이다.

‘까칠남녀’는 EBS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35분에 방송하는 국내 최초 ‘젠더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25일부터는 2차례에 걸쳐 ‘모르는 형님-성소수자 특집’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날 방송에는 LGBT 각각을 대표해 2015년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고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김보미씨,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인 강명진씨,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씨,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가 출연한다.

성소수자 특집 예고가 올라온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까칠남녀’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방송을 중단하라는 게시물 300여건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들은 “동성애 방송을 내보내면 청소년이 매춘으로 전락하거나 성폭행을 당해 에이즈 감염에 노출될 것”, “하늘을 거스르는 짐승도 안 하는 희한한 성행위 반대한다”, “항문과 구강을 사용해 육체적 쾌락을 탐닉하는 행위는 생명적 사랑이 아니라 악마적 기만행위” 등의 내용이다. 반면 방송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 게시물 수십여건도 함께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대법원장, 대법원판사 인사청문회 등에서 대거 친동성애 성향의 후보자들이 추천을 받고 임명돼 국민적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동안 ‘까칠남녀’가 방송해온 내용은 선정적이고 페미니즘 옹호 일변도”라며 “동성애 옹호 방송을 즉각 취소하라”라고 요구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은 오는 28일 경기 고양시 EBS 사옥 앞에서 해당 방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성소수자를 다루는 방송에 대한 압박은 최근에도 있었다. 앞서 CBS 인기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은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강동희씨의 강연 영상을 올렸다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달 23일 세바시는 강씨의 강연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를 게시했지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가 24일 성명을 내고 비난하자 다음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세바시의 영상 비공개 결정은 역풍을 맞았다. 손아람 작가 등 이전 강연자들이 줄줄이 세바시를 비판하며 ‘내 영상도 내려달라’ 요구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세바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같은 달 27일 세바시는 “강연자와 강연에 공감해준 분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저질렀음을 고백한다”라고 밝히며 영상을 다시 공개했다.

방송 출연자인 은하선씨는 2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담당PD의 개인 휴대전화로 하루에도 항의 전화와 문자가 수십 통씩 오고 있다”라며 “1부가 나간 뒤 상황이 더 심해져 다음주에 2부가 못 나갈까 제작진이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하선씨는 “이 방송 하나로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편견이 바뀐다는 낙관은 하지 않지만 그동안 LGBT가 한 자리에 나오는 방송이 없었으니 어떤 시작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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