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같은 야당

2018.03.19 21:13 입력 2018.03.19 21:38 수정
박래용 논설위원

놀부는 초상난 데 춤추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오대독자 불알까고, 우는 애기 똥 멕이고, 늙은 영감 덜미잡고, 애밴 부인 배통차고, 우물 밑에 똥누고, 애호박에 말뚝박고, 똥누는 놈 주저앉히고, 수절과부 겁탈하고, 다 된 혼인 바람넣고, 목욕하는데 흙뿌리고, 자는 애기 눈 벌려놓고, 신혼부부 잠자는데 불이야라고 외쳤다. 심술이 이래서 동네 밉상이 됐다.

[박래용 칼럼]놀부 같은 야당

홍준표 제1야당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은 위장평화쇼요, 한·미동맹은 파탄났고, 북·미대화는 트럼프가 속았고, 중국의 긍정 평가엔 시진핑도 속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죄다 친북좌파요, 방송은 괴벨스 정권에 탈취됐고, 신문은 조·중·동 가릴 것 없이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불리한 여론조사는 관제 여론조사기관의 공작이고, 검찰수사는 죄가 있든 없든 정치보복이고, 블랙리스트는 통치행위고, 미투는 운동권이 원조요, 개헌은 지방선거 정략이라고 한다. 이유 불문하고 해가 떠도 음모요, 달이 떠도 반대다. 그래서 홍준표는 국민 밉상이 됐다.

처복이나 야당 복은 부인과 야당이 잘해 줄 때 하는 얘기다. 지금 정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야당 복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잘해줘서가 아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야당이 뭘 하든 간에 대통령과 여당을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한국당을 지켜보며 합리적 보수층도 혀를 차고 있다. 문 대통령과 여당에는 말 그대로 ‘야당 복’이 터졌다.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통보수를 표방하는 자유한국당은 무조건 드러눕는 ‘침대 축구’로 날을 새우고 날이 진다. 홍준표 이후의 당권을 노리는 김무성이 한국당에 돌아와서 맨 처음 한 일은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홍준표와 김무성은 벙거지를 뒤집어쓰고 쌀포대를 깔고 앉아 행주대교를 막았다. 그 모습은 흡사 장판교를 막고 선 장비 같았다. 제1야당이 너비 10m의 다리를 막는 사이 남북관계는 대(大)통로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74%(갤럽·3월16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긍정 평가 이유 1~3위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대북 정책·안보’ ‘외교 잘함’이었다. 야당이 전 당력을 동원해 물고 늘어진 세 가지가 모두 실패였음을 거울처럼 되비치고 있다. 그 결과 정당지지율은 한국당 12%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50%)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력한 야당은 대통령이나 여당에는 복이 될지 모르지만, 시민에게는 재앙이다. 야당은 권력의 비판자이면서 동시에 잠재적 대안세력이다. 여야는 서로 견제하며 시민들을 위한 정책경쟁을 벌여야 한다. 건강한 야당은 여당에도 시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현실은 야당 따로, 시민 따로다.

보수야당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역사를 퇴행시킨 이명박·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배출했지만 누구 한 사람 책임지지 않았고, 반성하지 않았고, 변하지도 않았다. 두 번째 패착은 똥 싼 것도 모자라, 그 똥을 치우는 새 정부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KBS 길환영·MBC 배현진을 영입하며 문재인 정권 언론탄압의 상징이라고 했다. 길환영은 세월호 왜곡보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인물이다. 문재인 정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시민들은 변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공유했다. 잘못된 현실에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을 거치면서 평등과 공정, 정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팀 구성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대의명분보다 개인의 기회가 박탈된 데 대해 “아니다”라고 외친 것이다. 미투 운동은 숨죽이던 사회적 약자들이 침묵을 깨고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당만 모르고 있다. 박근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시민들은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나라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사회는 시민들의 참여로 더 발전하고 더 단단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말하는데 야당은 듣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는 커졌는데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식은 높아졌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년으로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동화 속 놀부는 벌을 받고 흥부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 놀부 같은 야당은 곧 도깨비가 튀어나올 줄도 모른 채 흥얼흥얼 박을 타고 있다. 시르렁 실근 톱질하고 있다.

※이 칼럼은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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